<사설>고교평준화 풀 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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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대가 변하면 상황도 바뀐다.상황이 바뀌면 제도와 정책도 바뀌게 마련이다.고교(高校)평준화정책을 풀어야 할 가장 큰 이유도 시대상황의 변화에 있다.권위주의 통제시절,反체제 온상인 대학을 통제하고 반체제 이론인 민중논리를 흡수.수용 하기 위해서도 평준화정책은 정권 유지차원에서 필요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국가가 교육을 감시.통제하며 이래라 저래라 하던 시절에서 교육의 경쟁력과 수월성(秀越性)이 강조되고,자율성이 요구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모든 통제와 규제를 해제하고 풀어야 하며,수요자입장에서 자유롭게 선택해야 하는게 시대적 요청이고흐름이 되었다.교육도 경쟁력.자율성.지방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바뀌어야 할 당위성을 갖는다.
따라서 서울시의 경우,한 학년의 5%인 우수학생 1만명을 가르치기 위해 20개 정도 고교의 평준화 해제가 필요하고,여타 지역은 교육감에게 맡긴다는 교육부 장관의 설명은 매우 합당하다.평준화 정책의 단계적 폐지를 통해 교육의 수월성 과 경쟁력을높이면서 사학(私學)의 자율성을 제고하는게 자율시대에 요청되는교육이념이다.뿐만 아니라 교육의 실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에게 교육의 선택기회를 부여하는게 자연스런 이치다.이 점에서 교육부장관의 개혁정책 노선은 분명 타당하 다.
이런 시대적 대전환기에서 교육정책의 일대 개혁을 시도해야할 교육부로선 개혁에 따를 마찰과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개혁 목표를달성하는게 최선의 길이다.그러나 최근 교육부장관의 교육정책 발표과정을 보노라면 너무 개혁의지만 앞서 즉흥적 발표에 치우치는조급함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평준화정책이 이미 20년간 실시돼온 현실에선 아직도 이 제도에 대한 지지도 높다.따라서 평준화해제에 따른 정책입안(立案)과정에선 토론과 공청회를 통한 여론환기가 주도면밀하게 이뤄져야한다.현실정책의 전환 또는 제도개선이 지나치게 성급하거나 미숙하면 오히려 될 일도 그르치는 뜻밖의 마찰과 갈등을 겪을 수 있음을 유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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