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불난 지하1층 기계실에 시신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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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0명의 인명을 앗아간 화마 현장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7일 오후 8시쯤 유독가스와 연기가 가라앉자 소방 당국과 경찰은 대형 조명등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수색 작업에 나섰다. 어둠 속에 모습을 드러낸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패널들은 고열로 휘어져 있었다. 발견된 시신들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새까맣게 불에 타 있었다. 군포소방소 소속 최대희(33) 소방교는 “철제 합판이 천장에서 쏟아져 바닥에 뒹굴고 있었으며 철제 빔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며 “시신들은 신원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다”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화재 진압을 위해 뿌린 소방액과 재가 건물 바닥에 두텁게 쌓여 있었다. 경기도 분당소방서 소속 이호봉(47) 소방위는 “건물 내부는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몰골이었다”며 “철골과 콘크리트를 제외하곤 모두 타 버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시신은 화재 발생 장소로 추정되는 지하 1층 기계실 부근에서 많이 발견됐다. 최대희 소방교는 “타 버린 콘크리트 잔해가 머리 위 안전모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색 작업을 했다”며 “기계실 쪽에서 시신이 많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소방대원들은 5∼10명씩 조를 짜 창고 내부로 들어가 수색 작업을 벌인 뒤 교대하는 방식을 썼다. 한 소방관은 “시야 확보가 어려운 데다 철골 구조물로 내부가 복잡해 50m 진입하는 데 1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구조가 시작되면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사망자들이 속속 밖으로 실려 나왔다. 현장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이 울부짖다 실신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사망자 중 최초의 신원 확인자는 전기설비업체인 한우기업 소속 김준수(32)씨였다. 김씨는 이날 오후 4씨쯤 화재 현장에서 시신이 발견됐으며 주머니에서 운전면허증이 나와 신원이 확인됐다.

 불이 난 현장은 밤늦도록 검은 연기와 황토색 연기가 계속 새어 나와 이 일대 하늘을 온통 뒤덮었다. 이로 인해 연기 속에 포함된 검은 분진이 인근 식당 유리창과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 유리창을 시커멓게 덮고 있다. 창고 안에서는 유독가스와 연기가 계속 새어 나와 숨쉬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오산소방소 소속 엄대중(38) 소방관은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시신이 단 한 구도 없었다”며 “이런 참사 현장은 45명의 희생자를 낸 1990년대 초반 경기도 여자기술학원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천=이충형 기자

사망자 명단

▶한우기업:이종일(45)·강재용(66)·황의충(48)·김준수(32)·최지영(50)·지재헌(46)·우민하(38)·김태규(30)·최용춘(36)·윤종호(32)·김진수(40)-11명

▶유성기업:김우익·김영호·윤석원·이영호·임남수·장행만·김용민·김완수·윤옥주·이용걸·윤옥선·박경애·조동면·이준호·이명학·김용해·최승보·엄준영·손동학·김진봉·정향란·이성복·박영호·박용식, 미확인 2명-26명

▶아토테크:신원준·우영길-2명

▶청소업체:이을순(여)-1명

※명단은 해당 회사들이 경찰에 전달한 이름임. 경찰은 "최종 신원확인은 지문·유전자 감식을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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