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이나 전기 공사하다 불똥 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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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지방경찰청은 7일 이천경찰서에 경기경찰청 박학근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한 51명의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냉동창고 화재 참사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일단 사망자의 신원 확인에 주력하는 한편 부상자 등 생존자를 상대로 정확한 화재 경위와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불이 난 냉동창고의 건축허가와 소방준공검사, 사용승인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환기 안 하고 전기 공사 중 화재 가능성”=경찰은 이날 냉동창고 운영사 ㈜코리아2000과 하청업체인 한우기업(전기업체)·유성엔지니어링(냉동업체)·아토테크(에어컨업체), 우레탄폼 발포 작업 업체 관계자 등 10여 명을 불러 안전조치 의무 소홀 및 부실공사 여부를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기름안개(유증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전기 설비 작업이나 용접 공사를 하면서 스파크가 튀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현장에 우레탄 원료 200L짜리 통 15개가 남아 있던 점으로 미뤄 당일에도 우레탄폼 작업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코리아2000 관계자는 “우레탄 작업은 9일 전에 마치고, 화재 당일에는 우레탄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도 “우레탄 원료 상당량을 치우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화재가 난 창고 건물은 준공허가(2007년 11월 5일) 직후인 11월 27일 건물 전체가 LIG손해보험에 153억원짜리 기업종합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단 피해 조사와 사고 원인 조사가 나오는 대로 보험사가 보상 절차를 진행하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자 지문 감식=화재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들은 얼굴과 지문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이 심해 유전자 감식과 치아 대조 등을 거쳐 신원을 확인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실종자는 인력시장을 통해 파견된 중국 동포 및 외국인 노동자들로 이름 외에 얼굴 등 다른 신상 정보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어 상황 파악이 더욱 어렵다. 경기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는 “유전자 감식이 이뤄질 경우 결과가 나오려면 15∼20일 정도 걸린다”고 전했다.

정낙은 희생자관리단장(국립과학수사연구소)은 “지문 채취가 가능한 시신에 대해 지문 감식을 시작했다”며 “지문 감식이 불가능한 시신의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치아나 DNA 검사 등의 기법을 통해 희생자의 신원을 파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천=정영진·최선욱 기자

사망자 명단

▶한우기업:이종일(45)·강재용(66)·황의충(48)·김준수(32)·최지영(50)·지재헌(46)·우민하(38)·김태규(30)·최용춘(36)·윤종호(32)·김진수(40)-11명

▶유성기업:김우익·김영호·윤석원·이영호·임남수·장행만·김용민·김완수·윤옥주·이용걸·윤옥선·박경애·조동면·이준호·이명학·김용해·최승보·엄준영·손동학·김진봉·정향란·이성복·박영호·박용식, 미확인 2명-26명

▶아토테크:신원준·우영길-2명

▶청소업체:이을순(여)-1명

※명단은 해당 회사들이 경찰에 전달한 이름임. 경찰은 "최종 신원확인은 지문·유전자 감식을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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