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내부 폭격 맞은 듯 … 쇠붙이 빼고 모두 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7일 오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의 불길이 거의 잡힌 뒤 앙상한 잔해가 드러나고 있다. 이날 밤늦게까지 실종자 수색 작업이 벌어졌으나 40명 모두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진=변선구 기자]

“갑자기 펑펑펑 폭발음이 나더니 불기둥이 치솟았어요. 온몸에 화상을 입은 아주머니가 ‘살려 달라’고 외치며 건물 밖으로 뛰어나왔어요.”(이영선·43·여·인근 식당 주인)

불은 거대한 창고 전체를 순식간에 삼켰다. 창고 벽면 단열재로 쓰인 우레탄폼 등 각종 인화물질이 불에 타면서 엄청난 양의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막바지 내부 공사를 위해 현장 곳곳에 널려 있던 LP가스통이 터지면서 하늘을 뒤흔드는 폭발이 일어났다. 영업을 닷새 남기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던 2만3000여㎡의 드넓은 지하창고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폭발음과 함께 시작된 불=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의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는 7일 오전 10시45분 시작됐다. 사고가 난 건물 근처의 창고에서 일하던 송모(40·여)씨는 “박스를 나르고 있는데 건물이 다 흔들릴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그러다가 뻥뻥 터지는 소리가 나 밖에 나가 보니 시커먼 연기와 시뻘건 불길이 같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건물 전체를 뒤덮은 연기는 한때 인근 500여m를 뒤덮어 마스크를 하고도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불은 건물 근처에 세워져 있는 차량들까지 태워 버렸다.

현장에 설치된 사고상황실의 관계자는 “작업 중이던 지하 1층 기계실에서 10초 간격으로 세 번의 연쇄 폭발이 있었고, 그 불이 샌드위치 패널로 옮겨 붙으며 순식간에 불길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불은 냉동창고 벽 보냉재로 쓰이는 우레탄폼으로 옮겨 붙으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연기에 구조 늦어져=오전 10시53분 첫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불길과 연기가 워낙 거세 진입이 불가능했다. 소방 당국은 굴착기를 동원해 1층 건물 둘레 지면에 직경 3m가량의 구멍을 여러 개 뚫고는 소방액을 집어넣으면서 지하의 연기가 빠져나오기를 기다렸다.

상황이 심각하자 오전 10시56분 경기도 일대 소방서에 동원령이 떨어졌다. 수원·양평·여주 등지에서 소방차 131대와 소방관 614명이 몰려들었다. 인명구조 작업은 결국 화재 발생 네 시간 만인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시작됐다. 그러나 내부가 화학물질을 태우면서 발생한 연기로 가득 차 구조 작업에 애를 먹었다.

글=천인성·강기헌 기자 , 사진=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