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흥 갑부 ‘나리킨’ 일본 명품족 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일본에서 명품이 다시 뜨고 있다. 사진 위쪽은 도쿄 쇼핑 타운 중심가인 긴자 거리의 샤넬 매장, 아래 사진은 롤스로이스 도쿄 매장에 전시된 은색 ‘팬텀’ 세단의 모습. [도쿄=AP 연합뉴스]

럭셔리 브랜드가 가득 들어찬 도쿄 긴자의 명품거리는 7일 새해 연휴가 끝난 첫날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세계적 명품인 루이뷔통·카르티에·불가리가 지난해 7월 한꺼번에 문을 열면서 명품족들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 건물 전체를 쓰고 있는 불가리 매장. 호텔의 벨보이처럼 모자에 정장을 입은 안내원이 손님을 안내한다. 진열대에는 수천만원이 넘는 명품 시계와 가방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500만원 안팎은 기본, 한 개에 1억원이 넘어가는 상품도 적지 않다.

일반 소비자들에겐 그림의 떡이지만 명품족이 몰리면서 공급이 달릴 정도다. 한 매장 관계자는 “1980년대 거품경제 시절을 연상시킨다”며 “13만 달러(약 1억2000만원)짜리 명품 시계도 금세 싫증을 내고 신제품을 찾는다”고 말했다. 소비 주역은 일본의 경제구조 개혁 과정에서 등장한 정보기술(IT)·금융 분야에 종사하는 ‘나리킨(成金·신흥 갑부)’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시적인 소비를 즐긴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주로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이아몬드에 부은 마티니를 홀짝거린다. 롤스로이스 일본 법인의 매튜 베넷 대표는 “일본인하면 수수하다는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고객은 일본인이 단연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11월 이탈리아의 고급 승용차 마제라티 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21% 늘었고 고급 스포츠카 페라리 판매액도 11% 증가했다. 반면 중산층 브랜드인 도요타 판매액은 17% 줄었다. 금융자산을 100만 달러 이상 보유한 일본의 백만장자는 2006년 현재 150만 명에 달한다. 중국·대만·홍콩의 백만장자를 합친 것보다 세 배나 많은 규모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