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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해결사’ 모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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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국과 일본 양국 정상이 두 나라를 오가면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셔틀 외교’가 3년 만에 부활된다. 양국 셔틀 외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수시로 참배하고, 시마네현이 ‘다케시마(한국명 독도)의 날’까지 제정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강경하게 비판하면서 2005년 6월 이후 중단됐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이런 양국 관계를 정상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10~11일 모리 요시로(森喜朗·사진) 전 총리를 파견해 이명박 당선인에게 친서를 전달키로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6일 보도했다. 지한파인 모리 전 총리가 한·일관계 복원의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모리 전 총리는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 산케이신문에 입사해 유력 정치인들과 쌓은 교분을 바탕으로 정계에 입문해 관방장관과 문부대신을 지내는 등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화려한 정치경력 때문에 그가 2000년 4월 총리로 취임했을 때 총리직 성공은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정제되지 않는 돌출발언의 연발로 역대 총리 가운데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일본 총리’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재임 기간도 1년을 겨우 넘겼다.

 그러나 이런 실패의 교훈을 살려 모리 전 총리는 퇴임 후 빛나는 막후 실력자로 변신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물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 이어 후쿠다 총리의 후견인을 자임하면서 2000년 이후 8년째 자민당 정권의 실질적인 좌장 역할을 해오고 있다. 총리의 ‘외교 특사’ 역할도 맡아 미국·중국·러시아는 물론 한국에 대해선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맡아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다.

 셔틀 외교는 후쿠다 총리가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이 당선인이 3~4월 중 일본을 방문하고,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을 통해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일본은 7월 초 열리는 선진 8개국 정상회의(G8)에도 이 당선인의 참석을 요청하는 등 양국 정상은 올해 최소 4~5회 회동할 전망이다.

김동호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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