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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진영 자중지란 “클린턴 지원도 도움 안 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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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아이오와 민주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충격의 참패를 당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진영에서 내부 분란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코커스 패배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싸고 뒷공론이 분분하다. 심지어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의 유세 지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힐러리의 선거전략 책임자는 마크 펜이다. 그는 대형 홍보회사와 여론조사 회사 최고경영자다. 클린턴이 1996년 대통령 재선에 도전했을 때 선거 전략을 짰다. 영국 총리를 지낸 토니 블레어도 선거 때 그를 데려다 썼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선거참모로서 ‘부시의 두뇌’라는 별명을 가졌던 칼 로브에 견줄 만한 선거 전략가라는 평을 들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힐러리 진영 일부의 눈총을 받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오바마가 내세운 ‘변화’가 힐러리가 강조하는 ‘경험’보다 훨씬 강력한 메시지라는 걸 펜이 너무 늦게 알았다고 비판하는 참모도 있다”고 전했다. 또 “펜과 클린턴은 여론조사 데이터에 너무 몰두했기 때문에 유권자가 힐러리에 대해 느끼는 인간적 매력의 결핍 문제를 깊이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참모도 있다”고 밝혔다.

 클린턴의 역할을 놓고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클린턴의 존재에 대해 표와 대중을 확실히 끌어 모으고 있다는 사람, 과거 정치와 단절하겠다는 힐러리의 메시지 효과를 반감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나뉘고 있는데 후자들은 갈수록 그런 생각을 굳히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아이오와 코커스의 결과로 ‘변화’라는 이슈가 부상한 상황에서 클린턴의 존재는 힐러리에게 이상적인 배경막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힐러리 진영에선 ‘경험’이나 ‘힐러리밖에 없다는 필연성’만을 앞세우는 전략을 수정하자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힐러리만 준비돼 있기 때문에 그가 후보가 되는 건 필연적이라는 주장은 오만하게 비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힐러리는 뉴햄프셔 유세에서 자신과 오바마의 공직생활 실적을 비교하면서 “경험이 있어야 제대로 된 변화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미국을 더 잘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오바마가 이미 ‘변화’의 이미지를 선점한 상황에서 힐러리의 이런 호소가 얼마나 통할지 의문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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