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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백악관 티켓 쥔 첫 흑인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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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5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세인트 앤셀름 대학에서 열린 TV토론에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힐러리 클린턴(뉴욕) 상원의원, 존 에드워즈(노스캐롤라이나) 전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일리노이) 상원의원. [맨체스터 AP=연합뉴스]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미 대선에 도전한 흑인은 모두 7명.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한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 앞서 셜리 치솜(작고·전 연방 하원의원), 제시 잭슨(인권운동가·목사), 레노라 풀라니(사회운동가), 앨런 키스(전 외교관·연설가), 알 샤프턴(인권운동가·목사), 캐럴 모슬리 브라운(전 연방 상원의원) 등이 백악관의 관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한 풀라니를 빼면 누구도 대통령 선거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민주당이나 공화당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셜리 치솜은 여성이지만 흑인의 선구자였다. 2005년 80세로 사망한 그는 1968년 뉴욕에서 흑인 여성으론 처음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이후 72년 흑인으로선 처음으로 대통령에 도전했지만 기록을 남기는 데 그쳤다.

 두 번째로 백악관의 주인이 되겠다고 나선 이는 제시 잭슨이다. 그는 84년과 88년 민주당 경선에 나갔다. 첫 번째 도전에서 그는 수도 워싱턴과 버지니아 등 5곳에서 승리했다. 4년 뒤 경선에선 큰 바람을 일으켰다. 미시간에서 55%의 득표율로 압승했을 때는 대통령 후보직이 그에게 간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하지만 백인이 많은 위스콘신에서 백인인 마이클 듀커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때 그의 배다른 형제 노아 로빈슨이 살인교사를 했다는 문제가 터져 그의 상승세는 꺾였다. 후보직은 듀커키스의 차지가 됐다.

 이후 여성 심리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레노라 풀라니 박사가 88년과 92년 무소속으로 두 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나 흑인으로선 처음 50개 주 전역의 투표 용지에 이름을 남긴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흑인인 크리스토퍼 에들리 주니어 버클리대 법과대학원장은 2000년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2020년께가 돼야 흑인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요즘엔 “오바마의 성공은 내 예측이 잘못됐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오바마는 대선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한 첫 흑인이다. 그는 아이오와처럼 백인이 95% 이상인 뉴햄프셔에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거기서도 이긴다면 잭슨이 놓친 대통령 후보 티켓을 거머쥘 수도 있다.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은 미국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엄청난 사건이다. 오바마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게 틀림없 다. 그럼에도 그가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누구든 백인 후보가 선출될 공화당이 대선을 인종 대결로 몰고 가면 오바마에겐 불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힐러리의 남편인 클린턴은 “오바마가 후보가 되면 민주당은 공화당에 진다”는 논리로 유권자에게 접근한다고 한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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