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페소貨 폭락과 한국의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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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국가경쟁력은 강력한 통화,성장을 뒷받침하는 지속적인 자본유입,위기관리능력에 달려있다.
2.멕시코위기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누적되는 동안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3.외환자유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한국도 이를 계기로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정책적대응이 필요하다.
멕시코 페소貨의 평가절하(評價切下)가 예상한대로 자국(自國)의 주식시장을 강타하고 세계각국의 외환 및 증권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멕시코 문제가 먼나라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내년에 가입하려고 하는 경제협력개발 기구(OECD)에 멕시코가 지난해 가입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도 가입후 혹 비슷한 불안을 자초(自招)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경우가 좀 다르다.날씨가 춥다고 해서모든 사람이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해온 사람은 그냥 지나가는 것과 같다.다만 우리에게 구조적으로 허약한 부분이 있다면 이 기회에 돌아보면 된다.
한 국가를 기업에 비유하고 국가경쟁력을 생각해 본다면 다음 세가지 요건이 필수적이다.건전한 경제(위기)관리능력,인플레이션에 견딜수 있는 강력한 통화,그리고 성장을 뒷받침하는 외국자금의 지속적인 유입.멕시코는 이 세가지점에서 모두 실패했다고 볼수 있다.
멕시코의 현 위기는 누적된 경상적자(經常赤字)에 주로 기인한다.94년 추정적자가 약3백억달러로 무려 국내총생산(GDP)의8%에 달한다.물론 국제수지적자 그자체만 가지고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다시 말하면 적자가 장기자금에 의해 조달되고그 자금이 투자원천으로 사용되며 정부의 예산적자(방만한 재정지출)가 일어나지 않는 한 국민경제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멕시코의 경우 이러한 자금이 투자로 흘러가지 않고 소비를 부추긴데 있었다.
더구나 이 자금중 상당부분이 소위 「핫머니」성 단기자금이었다.이러한 자금은 국내경제가 순조로울때는 별문제가 없으나 그렇지않을때는 금방 빠져나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멕시코 위기가 세계경제를 파국으로 이끌 것으로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이 지속될전망이고 선진국경기도 회복기에 있어 실물경기가 버팀목 역할을 하는한 한꺼번에 몰락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다만 불안이 가중될때 나타나는 「안전한 곳으로의 대피」심리가국가간의 자본이동을 신용도가 높은 국가.통화.증권으로 흐르게 만들 것이다.즉 금값이 오른다든지 독일의 마르크貨나 일본의 엔貨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여튼 멕시 코위기는 최근 OECD가입을 앞두고 외환자유화를추진하는 우리나라에 몇가지 중요한 교훈을 준다.첫째 계속되는 외자의 유입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이 점에 있어서 정부는 이미 명목환율의 절상을 어느정도 용인하고 환율변동의 폭도 확대 실시하고 있다.둘째 물가안정에 너무 치우친 통화관리가실질금리를 올리고 따라서 투자심리를 꺾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돈의 물꼬를 필요한 곳으로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셋째 지난해말 정부방침이 발표되기도 했지만 외자의 유입은 가능한 한 직접투자쪽으로 유도하고장기부채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이런 점에서 가령 주식투자자금도 장기성(長期性) 일본자금의 유입을 저해하고 있는 요인들-자본이득세의 면제나 기관투자가에 대한 자(子)계정의 허용-을 시급히 해결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끝으로 위기관리능력,즉 신속한 대응은 국내는 물론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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