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의 머니 콘서트] 2008년 펀드 투자 키워드는 ‘分’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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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28면

새해가 밝았다. 정해년이나 무자년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무심코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자가 아는 재테크 고수들에게 올해 1월은 고민이 많은 시점이다. 지난해 이들에게 기쁨을 안겨준 최고의 투자상품은 ‘펀드’였다. 그러나 올 들어 이들이 펀드를 대하는 자세는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박 사장(46·서울)은 지난해 국내 배당주펀드에 투자해 50%가 넘는 수익률을 맛봤다. 그런데 그는 며칠 전 투자 패턴을 바꿨다. 그동안 아무 고민 없이 주식형 펀드만을 고집했던 박 사장이 채권형 펀드에 분산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첫째 이유는 연말 이후 변동성이 심해진 주식시장에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대신 위험관리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둘째는 얼마 전부터 금리가 슬슬 오르기 시작하자 ‘채권값 하락(금리 상승)으로 채권형 펀드가 운다’는 기사를 보고 오히려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냄새를 맡은 것이다. 그는 금리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채권형 펀드에 조금씩 투자하기로 했다. 채권값이 쌀 때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해외펀드도 마찬가지다. 이모(46·인천)씨는 지난해 중국펀드에 돈을 넣어 수익률 70%가 넘는 짭짤한 돈맛을 봤다. 하지만 연초부터 새로운 해외펀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브릭스(BRICs) 펀드였다. 중국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그는 올해에도 베이징 올림픽 같은 호재가 있지만 중국 증시가 지난해 너무 올라 부담스러워 했다. 그렇다고 중국시장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도 못했다. 결국 투자자산을 중국과 다른 신흥시장에 분산해 넣는 브릭스 펀드를 대안으로 삼은 것이다.

아무리 현명한 투자자라도 시장이 상승하고 하락하는 것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국내에선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로 위험을 분산시키는 게 가장 현명한 전략이다. 해외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시장이 더 오를지 내릴지 어떻게 알겠는가. 한 국가에 모든 자산을 몰아넣지 말고 여러 곳에 살짝 발을 담가 놓는 게 좋다.

지난해 한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 기록을 51번이나 갈아 치웠고 펀드 열풍으로 설정액도 27% 증가해 300조원 시대가 열렸다. 재테크의 황금기라고 해도 틀리지 않은 해였다. 짭짤한 수익을 얻은 투자자도 적지 않다. 그런데 지금 보면 답답함을 토로하는 투자자가 많다. 펀드에 들었는데 마이너스 수익이 났다든가, 직접 주식투자로 원금이 반 토막 났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지난해의 후광 효과로 2008년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기대치도 한껏 높아져 있다. 웬만한 수익률은 이제 성에 차지 않고 몇십 배 심지어는 더블 더더블을 외치고 있다. 필자가 던지고 싶은 2008년 펀드투자의 키워드는 ‘分(나눌 분)’이다. 위의 두 사례처럼 거둬들인 곡식을 잘 챙기고 분산투자로 위험을 관리할 시점이 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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