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매혹한 한국미술>유럽이 반한 전통 공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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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09면

김경신(53)씨가 움직일 때마다 공간이 환해졌다. 스스로 ‘걸어 다니는 쇼윈도’라 부를 만큼 자신이 만든 장신구를 멋지게 코디하는 그인지라 오방색 한지에 귀금속을 입힌 장신구를 온몸에 한 그에게서 빛이 뿜어져 나와서다. “한국 공예는 콘텐트가 풍부한 거대한 산에 비유할 수 있어요. 독일에 가서야 그걸 알았지요. 그 가운데서 한지와 옻칠이 제가 발견한 보석이지요. 아름답고 격조 넘치는 미술품인 데다 건강에도 좋으니 금상첨화죠. 유럽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섰어요.”

옻칠 디자이너 김경신

김씨는 한지를 활용한 장신구, 전통 칠기에 황토를 접목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어 유럽 디자인계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황토칠기 타일은 ‘웰빙 건축자재’로 주목받는다. “아토피 같은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보면 어서 황토칠기 타일을 대량생산해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겠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옻칠한 그릇이 집집마다 들어가면 몸도 좋아지고 미감도 높아지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그는 오는 8월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소비자박람회(TENDENCE)’에 황토칠기 타일과 그릇을 내놓아 유럽 소비자를 향한 본격 행보에 나선다. 그동안 개인적인 소량 작업에 그쳤던 것을 대량생산으로 연결할 준비를 하고 있다. “멀리 낙랑과 삼국시대에 융성했던 한국 칠기의 맥이 가물가물해지며 다른 나라가 그 덕을 보고 있어요. 한국 하면 ‘칠기의 나라’였는데 그 전통을 되살려야지요. 옻칠 명인과 장인들에게 일감을 만들어 드리는 일도 중요하고요. 일본에서 수입하는 옻칠은 너무 비싸요. 북한에서 다량 재배되는 옻을 나눠 쓸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요. 남북 교류는 이렇게 서로 부족한 부분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요?”

그는 옻칠 작업을 할 때마다 “색이 너무 오묘해서 황홀해진다”며 옻칠과 사랑에 빠진 기분이라고 했다. 옻 재료와 작품이 모여 있는 ‘옻 방’에 들어가면 ‘싸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니 이런저런 나쁜 물질에 오염된 육신이 중화되는 걸 느낀다는 것이다.

“유럽 시장에 순조롭게 진입하고 나면 한국 사람을 위해 더 값싸고 실용적인 옻칠기를 국내에 많이 내놓을 겁니다. 우리 국민이 최고니까요.”


김경신씨는 서울산업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합니다. 파리 국제디자인 공모전에서 1등상을 받았고 ‘귀금속 표면주름기법’으로 유럽과 한국에서 발명특허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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