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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해커정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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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컴퓨터 네트워크로 형성된 지구촌의 전자공간을 사이버 스페이스라 부른다.미국(美國)의 과학픽션작가 윌리엄 깁슨이 84년 베스트 셀러『뉴로맨서』(Neuromancer)에서 처음 사용했다.젊은 컴퓨터 귀재(鬼才)가「데이터 우주」에서 겪 는 가공할 경험을 픽션화한 하이테크 서사시다.
깁슨은「아이스」란 말도 보편화시켰다.보통 얼음을 말하지만「침입방지전자학」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데이터안보시스템이다.얼음을깨는 선박을 빙파선(아이스 브레이커)이라 부른다.사이버세계에서「빙파선」은 침입자,즉 해커들이다.
지구촌의 컴퓨터 통신망 인터네트(Internet)의 가족은 현재 3천만명으로 추정된다.사이버 공간의 첫「국가」로 유엔에 가입신청을 내야 한다는 조크도 나돈다.
그러나 인터네트는 중앙의 컨트롤이 없는「무정부 세계」다.「안보」문제가 갈수록 골치다.데이터 시스템을 일거에 마비시키는「E메일 폭탄」위협이 속출하고,「인터네트 해방전선」이라는 테러집단도 등장했다.「사이버 갱」이다.
인터네트의 안보센터인 카네기 멜론대학 컴퓨터비상대책반(CERT)에 보고된 해커들의 범죄는 93년에 1천3백건,지난해엔 2천3백건이 보고됐다.해마다 50%이상씩 늘고 있다.
세계 주요도시의 지하철요금 시스템과 빌딩 냉.난방 시스템은 원격조종으로 간단히 마비시킬 수 있다는 협박도 등장한다.모든 컴퓨터메시지의 첫 1백28키 스트로크를 몰래 기록해내는「스니퍼」기법등 해킹 수법은 향상 일로다.
그러나 해커들은 그들이「짓궂은 아이들」일뿐 해킹정신은 바로 기술혁신의 원천임을 강조한다.『모든 정보는 자유로워야 한다』가이들의 슬로건이다.
정부나 기업들의 정보통제에서 자유로워지려는「전자기사(騎士)」임을 자처한다.악의적인 부류가 없지 않지만 훔친 암호로 이익을추구하는 「해커 마피아」는 아직 없다는 얘기다.
컴퓨터기술의 향상은 게임등 놀이정신에 주도돼 왔다고 한다.소프트웨어가 세운상가등 「거리의 해커들」에 의해 주도되는 우리의현실도 그렇다.
인터네트 연결 컴퓨터의 63%는 미국이다.한국(韓國)은 0.
4%,일본(日本)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전체로 4%다.언어문제에다 정보문화의 차이로 우리의 갈 길은 멀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놀이엔 항상 위험이 따른다.기술혁신가와 범죄자가 동전의 앞뒤를 이루는 특유의 사이버세계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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