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투자, 빗장 풀렸지만 곳곳에 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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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토지 투자가 쉽지 않게 됐다. 정부가 농지를 비롯한 토지 이용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어 개발이 가능한 토지 공급을 늘리지만 투기 단속의 고삐는 더욱 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용 토지 공급이 늘어날 경우 장기적으로 값이 하향 안정될 수 있어 묻어두기식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토지 규제에 대해 대수술에 나설 예정이다. 또 농업개방에 대비해 이르면 내년부터 경지정리가 안 된 일부 농지는 농업진흥지역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도심 주거지역 근처에 있으면서 항공방제나 대규모 경작이 불가능한 상당수 농지가 개발이 가능한 관리지역(옛 준농림지 등)으로 편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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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를 비롯한 토지의 이용 규제가 풀리면 농지가 많은 지방과 수도권 일대에서 개발 가능 토지가 많이 공급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건설산업연구원 최병선 원장은 "아직도 10억평의 도시용 토지가 필요하다"며 "적기 적소에 토지 공급을 늘리면 장기적으로 수급 불안에 따른 투기요인이 차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LBA부동산경제연구소 김점수 소장은 "정부의 농지제도 개편으로 수도권에서 반경 40km 이내의 농지에 대한 투자자들이 늘어 값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충청 서해안, 강원.영남지역 중소도시 주변 농지에도 투자자들의 발길이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발이 어려운 농촌지역 농지는 투자 수요가 적어 값이 되레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가격 메리트만 보고 섣불리 농지에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 기준이나 세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땅값이 요동칠 경우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는 토지투기지역이나 매매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계속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감안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편법과 불법으로 농지를 매입했다고 하더라도 사후 조사 과정에서 적발돼 강제 처분명령과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부동산실명제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7월부터는 부동산 투기 혐의자에 대해선 계좌 추적이 가능해진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현지인 이름으로 명의신탁하거나 미성년자 명의로 매입할 경우 쉽게 적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토지투기지역이 아닌 지역에서도 양도세 부과기준인 기준시가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있어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지금은 토지를 취득한 뒤 1년만 지나면 시세의 10~30%인 기준시가로 양도세를 납부해 시세차익에 비해 세금부담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많았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수도권이나 충청권 일대에서 2회 이상 또는 2천평 이상의 땅을 살 때는 구입목적을 분명히 하지 않을 경우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정부가 토지 이용규제 완화로 투기가 성행할 경우 지난해 10.29대책 못지않은 토지판 투기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며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에 땅을 살 경우 자칫 수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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