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충무공동상 이전 놓고 네티즌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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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박눈이 내린 지난 1월 19일 서울 광화문의 이충무공 동상과 인왕산 [중앙포토]

"민족 정기의 상징에 손대지 마라."

"군사 문화 잔재 일 뿐이다."

서울시가 최근 광화문 광장을 조성하기 위해 내년 봄 세종로 이순신 장군 동상을 옮길 예정이라고 밝히자 인터넷이 시끌시끌하다.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에서 찬반 논쟁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이용자 번호(ID)가 '강쇠'인 네티즌은 "서울의 심장부에서 당당하게 왕궁(경복궁)을 지키고 있는 충무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든든했다"며 "시민 의견을 한마디도 듣지 않고 동상을 옮기려 하는 것은 반역사적인 행정"이라고 비난했다.네티즌 이성근씨는 "영국 런던에는 곳곳에 전승 기념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렇다고 영국이 군사문화에 젖어 있다고 볼 수 있느냐"면서 서울시를 나무랐다.또 다른 네티즌은 "구석진 광화문 열린마당으로 동상을 옮기면 민족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고 꼬집었다.

반면 동상을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ID가 '무명씨'인 네티즌은 "1968년 당시 세종로 이름에 걸맞게 세종대왕 동상을 세울 계획이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충무공 동상이 세워졌다"고 지적했다.그는"이제라도 동상을 '충무공이 태어난 곳'이라 해서 이름 붙인 충무로로 옮기는 게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네티즌은 "동상을 국회 정문 앞으로 옮겨 한심하게 정책싸움만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경종을 울려주자"고 제안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충무공이 오른 손으로 칼을 짚고 있는 것은 적에게 항복한 장수의 자세"라고 주장해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밖에 "용산으로 옮겨 민족 자존심을 되찾자""독도에 세워 일본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자"등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동상 이전에 대해 네티즌들의 의견이 들끓자 서울시는 다음달 15일까지 인터넷 전용 토론방을 통해 의견을 모은 뒤 이전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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