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美하버드大 제프리 삭스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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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는 데는 정치안정과 정책의 일관성이 관건이다.』 사회주의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옮겨가는 이른바 전환도상국들이 경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인기없는 개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선결과제라는 얘기다.
89년 폴란드 정부자문역과 91~94년간 러시아 옐친대통령의자문역을 지내는등 동구권 체제전환 문제에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제프리 삭스 美하버드大교수(경제학)가 지난 1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최한 「세계석학 초청세미 나」에 참석차 내한했다.
그는 이날 「東아시아의 경험에 비추어 본 동유럽.舊소련국가의개혁」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러시아의 실패는 정치불안과 그에 따른 정책의 일관성 결여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러시아는 제대로 된 개혁정책을 펴볼 여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삭스교수는 그러나 중국등 동아시아국가의 경제적 성과가 동구권국가들에 비해 두드러진 것은 경제정책의 차이때문이라기 보다 경제구조와 개혁초기의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의 전환도상국들은 개혁초기에 상대적으로 사회주의적 국가소유의 강도가 덜한 농촌경제의 비중이 높아 점진적인 개혁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반면,동유럽국가들은 이미 공업화.도시화가 상당히 진전된 상태로 국가소유의 비중이 거의 1백%에 달해 그만큼 시장경제로의 개혁에 반발이 컸다.
시장원리에 따라 정부보조금과 사회주의식 복지후생제도를 철폐하거나 수준을 낮출 경우 국민 대다수의 불만을 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여건에서 중국식 점진주의를 그대로 동구권에 적용해서는성공할 수 없다는게 삭스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자신이 주장한 충격요법인 이른바 「빅뱅式 처방」이 동구권 경제개혁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삭스교수는 다만 『빅뱅이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반발을이겨낼 수 있는 정치적인 리더십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의 이른바 사회주의 시장경제도 정부부문의 근본적인 개혁없이는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특히 법치체제가 취약한 중국의 정치시스템이 장래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다음은 삭스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오랫동안 러시아 경제개혁에 자문역을 해왔는데 지금까지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영기업의 민영화등 부분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 불안한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러시아의 실패는 체첸사태에서 보여지듯 정치적인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재정적자와 통화증발등 거시경제의 불안요인을 해소하지 못한데서 비 롯된다.올해도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그동안의 경제개혁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오히려 정치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는게 아닌가.
▲경제적 업적과 정치적 리더십은 서로 맞물려 있다.재정적자와인플레가 정치불안을 가중시키고 정치적인 혼란이 다시 경제상황을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최근에는 군부가 더 많은권력을 요구하고 있어 옐친정부의 장래를 불안 하게 만들고 있다.러시아의 개혁세력이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서방측의 지원이필요하다.
-러시아의 경제개혁에 빅뱅처방은 실패한 것 아닌가.
▲정치불안과 정책의 일관성 결여때문에 빅뱅이론을 적용해볼 여지가 없었다.반면 체코.폴란드.슬로베니아.발트국가들은 빅뱅처방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북한이 개방정책으로 나올 경우 중국식 점진주의와 빅뱅이론 가운데 어떤 방식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는가.
▲북한의 경제구조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다만 개혁의 방향은 시장경제를 지향하고,무역을 통해주변경제권과의 통합을 모색하며 적극적인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어야 한다.북한은 한국이라는 유력한 조언자가 있 다는게 큰 이점이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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