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박훈근을 후보라 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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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모비스전에서 삼성의 박훈근<左>이 모비스 함지훈의 슛을 블로킹하고 있다. [사진=임현동 JES 기자]

 벤치에만 앉아 있으면 얼마나 추운지는 후보 선수들밖에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가슴속에도 용광로 같은 정열이 타고 있다. 삼성이 2일 잠실체육관에서 벤치 멤버 박훈근 등의 활약에 힘입어 모비스를 83-61로 꺾었다. 삼성은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4위로 올라섰다.

 엄동설한이지만 프로농구 삼성은 뜨겁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전 선수들의 부상 때문이다. 이상민과 이규섭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새 땜질용으로 나온 박영민 등 후보 선수들이 벤치를 데우던 열기를 코트에서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후보 선수들의 공격력은 그다지 세련되지 않았지만 강력한 수비로 상대를 쥐어짠다. 그 힘으로 삼성은 최근 KTF와 SK·동부·모비스에 4연승했다.

 이날은 박훈근(9득점·3리바운드·3블록슛)이 주역이었다. 안준호 감독은 1쿼터 중반 이규섭의 컨디션이 좋지 않자 벤치에 앉아 있던 박훈근을 가리켰다. 박훈근은 용수철처럼 벤치를 박차고 뛰어나왔다. 34세인 박훈근은 이상민 다음으로 고참이지만 체면 따윈 필요 없었다. 그는 코트에서 어떤 신인 선수보다 정열적이다. 모비스의 수퍼 루키 함지훈은 억척스럽게 수비하는 박훈근을 뚫지 못했다. 평균 17점을 넣는 함지훈은 고작 3득점했고 리바운드는 1개에 불과했다. 함지훈뿐이 아니었다. 박훈근의 강력한 박스아웃에 모비스는 전반 리바운드를 4개밖에 잡지 못했다. 박훈근은 올해 22경기에서 모두 2개의 블록슛을 했는데 이날은 3개나 기록했다.

 전자랜드는 인천에서 종료 버저와 동시에 터진 카멜로 리의 3점슛으로 KT&G를 87-86으로 꺾었다. 전자랜드는 84-82로 앞서다가 종료 28초 전 챈들러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종료 2초 전엔 역전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카멜로 리가 챈들러의 수비를 달고 던진 3점슛이 백보드를 맞고 그대로 그물을 갈라 짜릿한 1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글=성호준 기자, 사진=임현동 JE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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