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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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대구·경북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4월 총선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2일 지역구인 대구에서 작심한 듯 공개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의 새 정부 출범(2월 25일) 이후 공천 구상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한나라당 대구·경북 지역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석연찮은 이유로 당에서 가장 중요한 공천을 뒤로 미룬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당선인이 하루 전 TV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2월)국회에서는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고 국무총리도 임명해 인사청문회도 해야 하는데, 그 기간에 공천 문제가 겹치면 국회가 안 되지 않겠느냐”고 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또 “선거운동 시작 보름을 앞두고 (공천을)발표한다는 것은 의도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며 “행여 (나를 도왔던 사람들에 대한)정치 보복이라든지 그런 게 있다면 완전히 우리 정치 문화를 후퇴 시키는 일이다. 당헌·당규도 소용없고 승자 마음대로 하는 게 법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3월 9일까지 공천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공천 연기 쪽에 무게를 실은 듯한 당 최고위원회를 겨냥한 직격탄이었다.

 특히 최근 제기되고 있는 ‘총리직 제의설’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일축한 뒤 “당에 남아 정치와 나라 발전을 위해 일하려고 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표가 이처럼 이 당선인 측을 겨냥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데 대해 한 핵심 측근은 “공천을 늦게 하겠다는 건 ‘따로 다 해놓고 마지막에 발표만 하겠다’는 의미”라며 “이건 (우리에게)앉아서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계속 이렇게 대화가 안 통하면 박 전 대표나 우리는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도 놓았다.한마디로 박 전 대표 측은 당선인의 정치적 영향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취임 직후로 총선 공천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에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 더구나 이런 주장이 당과 당선인 주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는 데 대해 ‘사당화(私黨化) 시도’로도 간주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작심한 발언으로 한나라당 내 공천 갈등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MB , 공천 늦추지 않겠다 했다”=다음은 박 전 대표의 주요 발언 요지.

 “이 당선인이 분명히 ‘(공천을)늦추지 않겠다’고 했는데 보도가 달리 나오고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 ‘(공천)물갈이, 물갈이’하는데 한나라당이 10년 야당 생활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생했느냐. 그런 사람들이 있어 정권 교체가 됐는데 물갈이 얘기를 하면 전직 대표인 나로서는 면목이 없다. 다른 당에서 ‘이삭줍기(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를 데려가는 것)’를 할까봐 (공천을 늦춰야)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훌륭한 사람을 뽑아 국민에게 선택받을 생각을 해야지, 공당이 그런 식으로 할 필요가 있겠느냐. 총리 인준, 인사 청문회도 인준 못 받을 사람 내놓을 게 아니지 않으냐. (좋은 총리 후보를 내면 다른 당도)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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