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바디스, 달러 … 기업, 자녀 해외유학 보낸 부모들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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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Quo Vadis, Dollar? (달러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미 달러에게 지난해는 굴욕의 한 해였다. 새해에도 달러는 굴욕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올해 달러의 성적은 지난해보다 더 ‘굴욕적’이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외환딜러 및 애널리스트 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로당 달러는 3월 말 1.45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달러는 유로에 대해 2006년 10.2%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도 9.5%나 하락해 체면을 구겼다. 달러당 엔화도 3월 말 110엔으로 예상돼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달러는 엔에 대해서도 지난 한 해 동안 6.3% 하락, 지난해 12월 31일 111.55를 기록했다.

올해 달러의 움직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미국 경기다.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 경기는 올해 조금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같은 금융 불안도 있지만, 지난 수년간 너무 많이 풀린 국제통화와 그에 이끌려 치솟았던 집값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금융 경색과 주택 경기 위축이 있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기구들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져 2%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 한 미 연방준비위원회(FRB)의 금리 인하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미 국채 투자 등에 대한 수요도 준다. 달러는 다시 약세를 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달러 약세 요인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다. 한 해 8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경상수지 적자가 확연히 줄어들기 전에는 달러화 약세 압력을 해소할 수 없다.
 
가장 궁금한 건 역시 원-달러 환율이다. 지난해 930원으로 시작했던 원-달러 환율은 10월 말 9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연말에는 936원으로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와는 달리 지난해 하반기 달러는 유독 원화에 대해 강세였다.

그러나 원화 가치는 올해 강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 정부의 전망이나 대선을 치르기 전 민간 연구소 등은 올해 성장 전망치가 모두 지난해(5%로 전망됨) 수준을 밑돌 것이라면서도 원화 강세를 점쳤다. 지난해 11월 말과 12월 초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11개 주요 투자은행들도 올해 원화 강세를 점쳤다. 원-달러 환율이 1분기엔 평균 908원, 3분기엔 899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친시장·기업 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가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원화 가치의 오름세는 크게 가팔라질 수도 있다. 그 기대에 이끌려 투자가 살아나고 내수가 기지개를 편다면 경제 성장 폭도 커질 수 있다. 이는 곧 증권 시장 호조와 외국 자본 유입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 결과 나라 안으로 들어오는 자본이 경상수지 악화나 해외 투자 등으로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자본을 압도한다면, 그만큼 원화 가치는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김정수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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