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1년] 4 .금융경쟁력 이렇게 높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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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실로 외환 위기를 겪은 지 7년이 되었다. 많은 부실한 금융기관들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86조원의 공적자금이 은행 구조조정에 투입됐다. 그러나 금융 시장은 여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외견상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실속은 그대로다.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대형 부실에 휩쓸렸다. 투신사 구조조정, 금융기관 민영화, 자본시장 육성 등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쌓여 있다.

당장 부실 카드회사와 신용불량자 문제가 시급하다. 그러나 무리하게 해결하려 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아야 한다. 금융 시장의 불안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붕괴를 막는다는 이유로 정부가 금융 시장에 수시로 개입해 왔다. 그 결과 잘못이 있어도 정부가 나서서 구제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방만한 은행 경영과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해 왔다. 선심성 구제책은 피해야 한다.

구조 개혁을 통해 금융의 하부 구조를 튼튼히 하고 경쟁력있는 선진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장기적인 종합 대책이 우선이다. 건전성 규제는 강화하되 경영의 독립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배구조 개선으로 투명성을 높이고 외부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외부 투자자에 대한 보호 조치도 같이 강화해야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활성화된다.

금융의 지속적인 개방 없이는 '동북아 금융 허브'는 구호일 뿐이다. 외국 자본의 국내 금융 진출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금융 산업의 경쟁을 촉진해 금융서비스 개선에 기여한다. 외국자본의 과도한 지배가 가져 올 수 있는 문제들은 국내 금융의 체질 강화와 적절한 감독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 외국 자본 그 자체를 배척할 일은 아니다.

금융개방에 따른 환율의 불안정을 우려해 정부가 과도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개방 경제에서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은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외환 시장의 안정과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선진국 및 동아시아 국가, 국제 금융기구들과의 금융협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한국은 처음으로 IMF에 이사를 파견한다. 금융 외교의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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