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저자는말한다>"전쟁의 기원과 평화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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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역사상 수많은 전쟁을 보면 외면적으로는 영토확장이나 자원을 빼앗기 위한 투쟁같이 보인다.그러나 보다 깊이 들어가 보면 그런 점들은 명예와 파워를 얻기 위한 국가간 투쟁에 있어서 단지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징후들에 지나지 않는다.
한 나라가 무력을 사용할 의지를 결여한 것으로 보일 경우 그나라는 곧바로 명예,즉 다른 나라들의 「존경」을 잃을 위험에 처한다.그렇게 되면 그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국력이 떨어지고 취약한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1962년 쿠바미사일 위기 당시 흐루시초프 소련총리와 존 F케네디 미국대통령이 서로 경쟁적으로 결연한 의지를 보였던 것도냉전체제에서 바로 그런 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간에 벌어졌던 펠로폰네소스 전쟁도 영토확장이목적은 아니었다.스파르타측이 아테네를 공격했던 1차전쟁도 아테네가 강력해지는데 대해 스파르타가 불안을 느낀데서 비롯되었다.
아테네측에서 먼저 공격을 감행했던 2차전쟁도 결과가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영토를 확장하는데는 애초부터 뜻이 없었다. 당시의 증언들을 보면 아테네 전투원들간에는 영토에 대한 욕구가 꽤 높았지만 1차전의 승리자인 아테네측의 목적은 동맹국들에 힘을 과시함과 아울러 스파르타측에 전쟁보다는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주기 위한 것이었다 .
독일이 1차대전 발발전에 20년 가까이 각 지역에서 영토를 확장해 나갔던 것도 그 자체에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명예와 존경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지리적으로 유럽 중부에 파묻혀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독일로서는 당시 막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유지하던 영국의 위력이 부럽기 짝이 없었다.그래서 독일도 물질적인 이득보다는 독일영광을 꿈꾸면서 해군력증강에 매진하 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1890년대부터 1차대전 직전까지 영국과 독일간에는 해군력증강 경쟁이 벌어졌는데 이는 미국과 소련이 1949년부터 1980년말까지 거의 맹목적으로 핵무기 경쟁을 벌였던 것과 다를 것이 없다.즉 영토확장등이 이유였다귁보 다는 국제사회에서 파워와 명예를 얻고 또 얻은것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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