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실명제-재산공개자 반응/違憲소지 없나/관련입법.판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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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동산 실명제 시행 발표가 정치권과 관가(官街)에도 충격을 몰고 왔다.재산공개 파동과 금융실명제 전격실시때와 유사한 파동이 예상된다.자신의 부동산을 타인 명의로 위장 보유하며 재산등록대상에서 제외했던 정치인과 공직자들은 특히 안절 부절못하고 있다.물론 이들에게도 몇가지 선택이 있긴하다.첫째는 명의를 이전해 실제대로 신고하는 방안이다.사소한 증가는 재산증식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대부분은『당초 신고때 허위신고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 다.비난 여론으로 끝나는게 아니다.공직자윤리법에 규정된 재산등록을 허위로 신고한 실정법 위반자가 된다.따라서 이 방법을 택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두번째 선택은 부동산 실명제 시행을 계기로 공직에서 사임하는 것이다.재산공개 때도 1백명이상의 고위 공직자가 이 방법을선택했다.상급자가 기관의 명예를 감안해 종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세번째는 공직(公職)과 부동산 형태의 재산중 공직을 선택하는 것이다.예를 들어 조카 명의로 된 부동산이 있다면 이를 조카에게 사실상 양도하는 것이다.어떤 경우든 당사자들에게는 모두 극히 우울한 선택이다.
이 와중에서 자구책으로 등장할 수 있는게 급매물로 처리하는 방법이다.총무처의 한 관계자는『타인 명의로 된 부동산을 명의 변경으로 되찾기 보다는 명의인의 이름으로 처분,가액을 되찾는 방법이 동원될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회 법사위의 이범관(李範觀)수석전문위원도『명의 변경보다 다시 매매하는 방식으로 정리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그러나 그경우에도 문제는 남는다.새로 생긴 가액을 어떻게 처리하며 새롭게 취득하는 형식을 밟을 경우 자금출처와 근거를 어떻게 제시하느냐도 부담이다.따라서 비영리법인등에 출연(出捐)하는 방법도 있다.이 경우도 출연과정에서 자신이 실소유자라는게 드러나면 도덕적.정치적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한편으로 부동산 실명제 실시에 따른 법체계정비를 떠맡게 됐다.
현행 민법과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은 부동산 변칙보유를 상당부분인정하고 있다.민법은 부동산 실소유자를 중시하고 있고,부동산등기법은 시세차익등을 노리지 않는 한 명의신탁을 통한 보유를 허용하고 있다.따라서 부동산 실명제의 본격 실시전 행정부와 입법부를 망라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이 논의에서 정리된 법체계가 나와야 한다.
위반자에 대한 처리문제는 숨은 쟁점이다.변칙보유 사실을 자진신고한 사람들에 대한 구제론이 나올 수 있다.부동산 실명제 이전에 신고한 것이니 이번 부동산 실명제의 정착을 위해 성실신고자에게는 유예조치를 주자고 할 수 있다.관계 전문 가들은 대부분「유예조치」를 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정치권은 내부적으로 전전긍긍하면서도 아직은 이 문제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부동산실명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자칫 불똥이 자신에게 튈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金鉉宗.金鎭沅기자〉 부동산 실명제의 명분은 분명하지만 그럴수록 만의 하나라도 사후에 토지초과이득세와 같은 위헌(違憲) 시비 소지를 없애기 위해 사전 정지(整地)작업을 단단히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명의신탁 금지 문제는 이경식(李經植)부총리 시절 심각하게 검토되었다가 위헌 여부 문제에 부닥쳐 스스로 덮어두었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정권 아래서 그 때의 논리와 지금의 논리가 달라진다면 더 확실하게 논리를 세워 놓고 가는 것이 토초세(土超稅)의 교훈에 비추어 볼 때 뒷날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절실하다는것이다. 이같은 지적은 부동산 실명제가 자본주의의 근간이자 민법의 기본원리인 「계약자유의 원칙」을 부인하며,결과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의견이 아직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명의신탁도 일종의 당사자간 계약인데 이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부동산실명제라는 것이다.
어떤 땅주인이 제3자와의 「계약」을 통해 이름을 빌리는 행위를 과연 법으로 제한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그 핵심인 셈이다.
홍재형(洪在馨)부총리(당시 재무부장관)와 함께 금융실명제를 탄생시켰던 李前부총리는 93년 10월 국회 답변을 통해 『토지실명제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처음으로 밝혔다.이후 경제기획원에서는 토지실명제 도입문제를 적극 검토했으나 곧 난 관에 봉착하고 말았다.바로 계약자유의 원칙,사적 자치(私的 自治)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장애물」을 논리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같은 정권내 앞선 경제팀과 앞선 재판부에 의해 부정됐던 논리가 지금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번 조치의 실무작업을 맡은 재정경제원 세제실팀은『이번 작업의 주요 포인트중 하나가 바로 그같은 법리 논쟁에 대해 탄탄한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 논리는 토지는 확대재생산이 불가능한 「준(準)공공재」라는점에서 출발했다고 작업팀의 한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사유재산이라도 부분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입법은 다수 국민들의 행복을 증대시켜야 하는 국가의 기본임무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박홍우(朴弘雨)변호사=위헌 여부에 대한 논란은 국민의 재산권 보장이 위협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그러나 부동산 실명제를 시행하면서 유예 기간을 둬 명의신탁 관계를 정리토록 하고,이때 본인 명의로 바꾸면 재산권 보호에 아무런 문 제가 없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다.
▲김상용(金相容)연세대 교수=이미 이뤄진 명의신탁까지도 소급해 명의신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재산권을 박탈하는 셈이어서 위헌소지가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실명제는 신규 명의신탁만을 금지하고 법인이 아닌 조합(주택조합등)의 재산이나 상호명의신탁처럼 불가피한 경우에 대해서는 명의신탁을 인정해주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
〈沈相福기자〉 부동산실명제 도입이 결정됨에 따라 명의신탁을 인정해 오던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원은 지금까지 명의신탁의 목적이 불법인지 여부와 상관 없이 실소유자의 소유권을 인정,부동산실명제의 취지에 어긋나는 판결을 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제시대부터 관행으로 정착된 명의신탁제도가 탈세나 재산은닉 수단으로 악용되자 81년부터 상속세법을 개정,명의신탁을증여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해 왔다.
그러나 89년7월 헌법재판소가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명의신탁에 대해서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명의신탁자에 대해 무조건 증여세를 부과하게 돼 있는 상속세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려 정부의 방침에 제동을 걸 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시 90년9월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을 제정,조세부과를 면하려 하거나 가격변동에 따른 차익을 노리고 소유권이전등을 규제하는 법령을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을 금지했다(제7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조항도 마련해 놓았다(제8조).
하지만 대법원은 92년12월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의 명의신탁 금지조항은 단속규정일뿐 민사상의 사법적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정부 방침과는 상관 없이 명의신탁을 계속 인정해주었다. 따라서 법원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보완장치 없이 부동산실명제가 도입된다면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모든 명의신탁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고 이전에 이미 명의신탁이 이뤄진 부동산에 대해선 경과규정을 두게되면 새 법에 따라 부동산실명제의 취지에 부응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을것이라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법원은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는 실소유자의 편을 들어줬지만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 등에서는 세금회피등의 불법적인 의도가 있었는지를 따져 판단해 왔기 때문에 새 법이 도입되면 명의신탁행위에 대해 가혹한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새 법이 도입된 이후에도 명의신탁을 계속 유지한 사람들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될게 분명하다.
즉 남의 땅을 자신의 이름으로 관리하고 있던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실소유자가 자신의 땅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하더라도 이를 가로챌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명의신탁자들은 예외없이 실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누진세제로 돼 있는 종합토지세의 세율을조정해 실명전환자의 조세부담을 줄여주는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부동산실명제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정부가 부동산실명제 시행과정에서 「경제정의」와「사유재산권 존중」이라는 상충된 개념을 어떻게 조율(調律)해 나갈지 주목된다.
〈鄭鐵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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