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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TV프로 편중 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TV를 보다 보면 어느땐 나도 모르게 부아가 치민다.프로그램이 너무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예전보다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많이 변한 것 같지 않다.
별 실속없이 화려하기만 한 프로들이 아직도 황금시간대를 꽉 잡고있다.잡고 있다못해 판친다.너무 오락성에 치우치다 보니 좋은 프로는 늘 뒷전이다.삶의 질을 높이는데 분명 오락도 필요하다.그러나 정도의 문제다.오락도 너무 지나치면 쾌락처럼 천박하게 된다.
그럼에도 어렵고 고급스럽다는 이유로 예술 프로그램은 심야로 내몰리고 있다.한국문화의 슬픈 야행성이다.오락 프로에 밀려나고정치.경제의 뒷전으로 밀려난 문화는 늘 푸대접받는다.
문화가 푸대접받는 나라는 결코 그 미래가 밝지 않다.뿐만아니라 크게 발전하기도 어렵다.집도 대들보가 튼튼해야 오래 견디며,뿌리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TV가 대중매체의 속성을 지닌 것이라 할지라도 불필요한 상업성에 너무 치중해선 안된다고 본다.배부른 돼지에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한탕주의.물질만능주의.찰나주의에 물든 시대일수록 더욱 그렇다.보면서 배우 는 TV 프로가 절실히 필요한 때인 것같다.배워서 남주는 것도 아닌데 문화란 말만 들어도 골치아프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한 의식수준은 늘 밑바닥이다.문화란 그나라의 척도며,문화의식 수준이 삶의 질을 가름하기도 한다.
의식수준이 낮으면 삶의 질이 높아질수 없고 동시에 나라도 큰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문화가 한나라의 전통을 지키듯 대중의 의식이 TV 질을 높여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골치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예술 프로가 심야로 밀려나서는 안될 것이다.대중이 함께 보는 TV 프로에 고급.저급이 따로 있을 수 없다.유익한 것은 얻고 무익한 것은 버리면될테니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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