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천안~대전 시험구간 공정 36%진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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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역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1시간10분쯤 달려 충남연기군 경부선 전의역 부근에 다다르면 평야와 하천을 가로질러 일렬로 늘어선 교각들을 볼 수있다.교각을 따라 산쪽을 보면 멀리 공사중인 터널도 보인다.21세기 통일한국과 태평양 시대 에 맞춰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경부고속철도 건설 현장이다.서울~부산간을 두시간대에 주파할 고속철도 사업이 새해부터 본격화됨에따라 이 사업이 어디까지 와 있으며 기술이전.안전시공.재원 및공기내 완공여부등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본다.2000년 서울~대전구간 개통에 이어 2002년 전구간 운행을 시작하는 경부고속철도 사업은 지난해 프랑스 TGV차량 도입계약과 남서울 역사 위치확정(광명시)등 건설을 위한 주요 매듭이 지어져 화살이 당겨졌다. 사업추진을 맡고 있는 고속철도건설공단은 고속철도시험운행을 위해 92년7월 천안~대전(67.4㎞)시험선 구간 건설을시작,현재 36%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작년말에는 2단계로 공사비 8천억원 규모의 광명~천안간 63.9㎞를 4개 공구로 나눠 공사입찰을 실시,현대.금호건설등 12개 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해 이달부터 노반공사에 들어간다.
95년은 노반건설뿐만 아니라 차량설계및 제작등도 본격 추진되는 해로 97년 시험선 구간 완공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고 있다. 서울~부산 전구간에 대한 부지매입을 추진하되 공사가 시작되는 서울~천안구간과 시간이 많이 걸리는 대전 이남 장대터널 공사에 필요한 토지를 우선 매수,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고속철도는 기계.전기.전자.토목.건축등 여러 분야가 총망라 돼있는 종합시스템 기술이다.이중에서도 공기역학적 차체형상및 밀봉설계.자기진단.전자제어.고속집전장치.종합정보시스템등은 대표적인 첨단기술이다.
이러한 첨단기술을 완벽하게 이전받아 국산화만 되면 고속차량의해외진출이 가능할 뿐 아니라 관련산업 수준도 한단계 끌어올리는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과연 프랑스가 1백%기술이전 약속을 지키고 우리가 첨단기술을 제 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특히 생산기술(하드웨어)과 설계기술(소프트웨어)로구성된 기술이전 내용 가운데 계약서에 명문화하기 어려운 설계부문을 완전히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기술이전 성공의 관건으로 보고있다.
박순혁(朴淳赫)대우중공업상무는 『눈에 볼 수 없는 설계 노하우를 모두 습득해 우리 힘으로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프랑스가 관련 기술을 선선히 내줄리 만무한 만큼 업계의 기술이전 노력과 함께 건설공단도 프랑스의 계약이행 내용을 날카롭게 감독하는 자세와 능력을 가져야한다』고 주문했다.
공단은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TGV에 대한 설계.제작.
유지보수 기술에 이르는 전과정을 준비.이전.자립 3단계로 나눠총 60개 분야에서 1천25명이 기술 훈련을 받을 예정이다.국내 업체들도 연구진과 기술진을 구성,프랑스에 파 견하고 국내 생산라인 설치로 분주하다.
***재정.工期 재원조달과 부지매입을 둘러싼 민원,일부 부지에 대한 부처간 갈등 등으로 계획된 일정대로 사업이 추진될지 의심을 갖는 전문가들도 많다.
공사비로 10조7천4백억원(93년기준)이 잡혀 있으나 대전역사및 시내구간,대구역사와 시내구간이 지하화되는데 우선 4천여억원이 추가되고 다른 지역의 역세권(驛勢圈)개발에도 큰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물론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민자를 적극유치할 방침이지만 수익성이 불투명한 실정에서 민간기업이 선뜻 뛰어들지 주목거리다.
건설과정에서 토지보상 시비도 추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93년1월부터 지난해 10월말까지 제기된 민원은 총 5백81건이고대부분 잔여지(殘餘地)매입을 요구하거나 보상가격을 올려 달라는내용들이다.앞으로 전구간 매입에 나설 경우 이 같은 민원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감사원 감사결과 서울역~남서울역 구간은 기존 선로를 사용토록 함으로써 공사비 절감효과는 거둘 수 있으나 선로용량 부족으로 2002년엔 하루 3만명,2009년엔 하루 7만명의 승객이 서울역에서 고속철도를 못타고 광명의 남■울역 을 이용해야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특히 기존 철도수준에 대한 전반적인 향상없이 첨단 차량과 시설만 건설한다고 고속철도 개통효과가 1백% 달성될지 최대 의문이다.철도 선진국인 프랑스의 경우 오랫동안 토목.전기.통신.차량등 모든 시스템발전의 총체적인 결과로 TGV가 탄생한 것이다. ***부실방지 우리의 건설기술 수준으로 최첨단 시스템의 고속철도를 제대로 건설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이 의문에 대해 공단측은 『설계부터 시공.사후관리에 이르는 전과정을 철저히 품질관리하기 때문에 부실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이 높고 골이 깊은 우리 지형에 TGV차량이 달리는데 가장적합하고 안전한 노반을 만들기 위해 유럽공통 설계기준(UIC)에 따라 해외 3백여명의 기술진과 학자가 설계를 한다.
특히 인력에 의한 부실공사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공을 로봇.기계화하고 있다.
권문용(權文勇)공단 부이사장은 『모든 기준이 국제품질규격인 「ISO9000」시리즈에 따르도록 입찰계약시부터 의무화하고 우리나라 최초로 언제,누가,어떤 재료를 가지고,어떻게 건설했는가를 반드시 기록토록 해 시공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서울~천안간 노반이 완성되면 18개월동안 4만㎞의 시험주행을 거치며 철도노반과 차량에 대한 문제점을 점검.보완한다는 계획이다.
〈金石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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