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개숙인 가드 3인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 시즌 농구 코트를 주름잡았던 최고 가드 3인방이 올 시즌에는 고개를 떨구고 있다.

김승현(오리온스)과 양동근(상무)은 각각 부상과 군 입대로 코트에 나서지 못한 채 소속팀이 하위권을 맴도는 것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고만 있다. 신기성(KTF)은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는 있지만 32세의 나이 탓인지 예전 기량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욕 먹는 ‘천재 가드’ 김승현

김승현은 모비스와의 개막전에서 허리 부상을 당한 뒤 아직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팀 전력의 50%’라던 그의 공백으로 오리온스는 꼴찌(4승24패)로 추락했고, 그 와중에 이충희 감독이 유탄을 맞고 도중 하차했다.

그가 시즌 초 부상을 당했을 때 일었던 동정론도 쑥 들어갔다. 오히려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모자를 쓴 채 다리를 꼬고 앉아 동료들의 경기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 보고 있는 데에 비난이 집중된다. 팀의 리더답지 않은 자세라는 것이다.

◆신기성, 5개월 동안 5살 먹었나

지난 시즌 신기성은 경기당 13득점에 6.2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누가 봐도 최고 가드로서 손색이 없는 수치. 그러나 올 시즌은 경기당 9.14득점에 4.82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시즌까지 보여 줬던 폭발적인 스피드는 이제 옛말이 됐다. 전매 특허로 고비마다 터지는 3점슛도 보기 힘들어졌다.

신기성이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체력 저하. 정작 본인은 “체력엔 문제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경기 막판이 되면 그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힘에 부친 듯 어이없는 실책이 빈발한다. 지난해 5월까지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고 10월에 다시 시즌을 시작한 신기성을 두고 ‘5개월 동안 5살은 먹은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속이 타도 어쩔 수 없는 양동근

지난 시즌 모비스의 통합우승을 이끌고 MVP를 차지했던 양동근은 올 시즌 상무에 입대했다. 그가 빠진 모비스는 지난해 11월, 팀 창단 이후 최다인 11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현재 모비스의 성적은 8승20패로 리그 9위. 양동근으로서는 당장이라도 제대해 팀에 복귀하고 싶을 정도로 속이 탄다.

장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