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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상병, 일자리 없으면 날 찾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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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해 12월 31일 강원도 철원군 6사단 수색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음료수로 건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해 12월 31일 전방 군 부대와 6·3 동지회 송년회장을 찾았다. 2007년을 마무리하며 ‘안보’와 ‘민주화’를 상징하는 장소를 찾은 셈이다.

이 당선자는 오전 11시30분 청와대 경호실이 제공한 헬기편으로 강원도 철원의 평화전망대에 도착했다. 그는 방명록에 ‘강한 안보의식이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라고 쓴 뒤 전망대로 올라가 인근 6사단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들었다. 브리핑이 끝나자 그는 “국민이 다소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었지만 2008년은 확고한 안보의식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갖고 나가겠다”며 대북 정책에 있어 현 정부와의 차별화 의지를 밝혔다.

이어 낮 12시쯤 6사단 수색대에 도착한 이 당선자는 식당에서 장병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그는 식사에 앞선 격려사에서 “장병 여러분을 사랑한다”며 “한 해의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내는 게 특별한 의미가 있어 이 자리에 왔다”고 운을 뗐다. 그런 뒤 “2008년부터 대한민국은 위대한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한 국민”이라며 “모든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나라를 경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한 병사(최모 상병)가 “2008년 12월에 전역인데 일자리 때문에 고민”이라고 호소하자, 이 당선자는 “사병 일자리뿐 아니라 영관·장성도 모두 전역 후 경력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특히 “최 상병도 분명 전역하면 일자리가 있을 것이다. 정 없으면 날 찾아오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당선자는 배식받은 음식을 남김없이 먹었다.

이 당선자는 오후 6시20분엔 서울 신촌의 한 한식집에서 열린 6·3 동지회 송년회에 참석했다. 6·3 동지회는 1964년 박정희 정권의 한·일 국교 정상회담에 반대해 ‘6·3시위’를 주도했던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 당선자는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시위를 이끌었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92년부터 1년간 제2대 6·3 동지회장을 지냈다. 현재 이 모임의 회장은 이 당선자의 측근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다. 그 때문에 6·3 동지회는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이 당선자를 지지해 왔다,

이 당선자는 회원들을 향해 “나는 대통령이 돼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며 “다만 ‘6·3 세대가 정권을 잡아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는 소리를 들어야 보람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당선 이후)기쁜 마음은 잠시고 국민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라며 “국민을 낮은 자세로 섬김으로써 국민이 (대통령에게)주는 권위를 되찾겠다”고 덧붙였다.

◆“정동영·이회창 회동 추진”=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등 지난 대선 경쟁 후보들과 이 당선자의 회동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조직법 개정 등을 위해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이 당선자가 각 정당대표들을 만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남궁욱·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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