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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스포츠코리아] 추락하는 한국 메이저리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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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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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한국 야구는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프로야구 400만 관중 입장과 흥행 성공, 코나미컵에서 사상 첫 일본팀 제압 등 밝은 뉴스도 많았지만 악재도 적지 않았다.

 풀뿌리 한국 야구의 산실이던 동대문구장의 철거가 시작됐고, 프로야구 현대가 해체 위기로 파행 운영됐다. 아마추어나 프로 모두 존립기반 자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다.

특히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대거 몰락은 일본 선수들의 진출 러시와 대비되면서 야구팬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줬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시아 야구의 중심축으로 인정받은 한국 야구로선 자존심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잘하건, 못하건 도전 기회가 오면 큰 꿈을 향해 나가야 한다. 자꾸 도전을 해야 미국·일본과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서재응(30)의 말처럼 빅리거의 퇴조는 한국 야구의 발전을 이끌 성장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스럽다.

◆한국 야구 종속화의 시작인가=최근 들어 국제 야구계에선 시장 재편 현상이 두드러진다. 일류(日流)가 한류(韓流)를 압도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이종률 Xports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가 최근 수년간 인기 회복으로 쌓은 거액의 수익금을 일본 선수 영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일본 야구의 빈자리는 한국 선수들이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 이 해설위원은 “한국과 일본 야구의 기량 차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 마쓰이 가즈오(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일본인 빅리거의 맹활약으로 일본 야구에 대한 평가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2007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한 일본 선수는 14명이다. 이번 겨울 스토브리그 기간 중 새로 계약한 일본 선수도 5명이나 된다.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뛸 일본 선수는 20여 명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밀어주는 형국이다.

특히 주니치 출신의 강타자 후쿠도메 고스케는 시카고 컵스와 계약기간 4년에 4800만 달러(약 432억원), 히로시마의 에이스였던 구로다 히로키는 LA다저스와 3년, 3530만 달러에 사인하며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의 초대형 계약을 했다. 미국 내에서도 특급대우에 해당한다.

한국은 갈수록 변방으로 추락하는 형국이다. 올해 빅리그에서 뛴 한국 선수는 5명(박찬호·김병현·서재응·류제국·추신수)뿐이다.

◆준비된 자가 성공한다=일본 야구가 최근 미국에서 상한가를 치는 원인을 분석해 보면 한국 야구도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일본 무대에서의 검증 ▶불펜투수·대타 같은 특화된 선수 선발 ▶지일파(知日派)를 통한 정보 교류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아마추어 유망주가 곧바로 미국행을 택하지 않고 일본 프로무대에서 실력과 경험을 갈고닦는 것을 우선시한다.

이치로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치로는 한 해 전인 2000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여해 미국 야구의 분위기를 익혔다. 또 일본에서 사용한 ‘시계추 타법’을 과감히 버려 임팩트 순간을 최대한 늦추는 방법으로 메이저리그의 강속구에 대응하는 묘책을 짜냈다. 이치로의 성공 이후 일본 선수들은 철저한 사전 분석으로 리그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또 보스턴의 왼손 불펜투수 오카지마나 텍사스 레인저스의 후쿠모리 가즈오 등 수퍼스타는 아니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의 틈새를 메우는 훌륭한 자원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일본 프로야구에서 일하는 보비 밸런타인 지바 롯데 감독 등 미국인 코칭스태프도 일본 선수의 미국 진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야부타 야스히코를 영입한 데는 니혼햄 감독을 역임한 신임 트레이 힐먼 감독의 영향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대비 효과도 한·일 차=이 밖에 방송 중계권료나 관중 입장 수입에서 일본과 한국의 격차도 최근 양국 빅리거의 희비 쌍곡선이 발생하는 한 원인이다.

2005년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시애틀 매리너스가 이치로를 영입한 뒤 관중 수가 12% 이상 증가해 경기당 평균 관중 1위(4만3300여 명)라고 발표했다. 일본 방송사와 10 년간 2억5000만 달러의 방송 중계권 계약도 따냈다. 또 시애틀 구단의 상품 판매 매출의 10%가 일본 관광객에 의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같은 실력이면 일본 선수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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