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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토 마지막 말은 "부토 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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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토 만세!"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27일 테러로 숨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부토의 수석 정치고문인 사프다르 압바시는 30일자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부토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으며, 매우 행복한 모습이었다"고 최후의 순간을 회상했다. 부토는 파키스탄 북부 도시 라왈핀디의 리아콰트 바그 공원에서 열린 유세 도중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총탄이 목 관통"=선거 유세가 끝나갈 무렵, 부토를 태운 흰색 방탄차량은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압바시는 "부토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기 위해 선루프를 통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며 "내가 부토 전 총리를 위해 만세를 제안하자 그녀는 '부토 만세!'라고 화답했다"고 말했다. 그 순간 총성이 울렸다. 압바시는 "부토가 아무 말도 하지 않기에 총성에 놀란 줄 생각했고, 몸을 숙여 총격을 피한 줄 알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총성과 함께 차량이 군중을 뚫고 급발진했으며, 곧이어 폭발음이 들렸다"며 "차량에 타고 있던 우리는 폭탄테러를 직감하고 몸을 웅크렸는데, 그때 부토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고 말했다. 함께 유세 차량에 타고 있던 압바시의 아내가 스카프를 벗어 부토의 상처 부위를 눌렀지만 목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나왔으며, 부토의 상의와 차량 시트는 피로 물들었다.

AP통신은 라왈핀디 종합병원 의사의 말을 인용, 부토의 직접 사인이 목 뒤의 총상이라고 보도했다. 총알이 목을 관통하면서 척수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는 앞서 부토의 사인이 총상이나 폭탄 파편 때문이 아니라 차량 선루프에 머리를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발표해 비난이 쏟아졌다.

정부는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부토 시신을 발굴해 재검할 수 있다고 제의하고 나섰다.

◆파키스탄 곳곳서 반정부 시위=부토 사망 나흘째를 맞는 30일 파키스탄에서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만 다소 안정을 찾았을 뿐 남부와 동부에선 약탈과 시위가 약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서부 도시 라호르에선 1만 명 이상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아프간 접경 도시 페샤와르에도 3000여 명이 거리에 나와 "타도 무샤라프"를 외쳤다. 부토의 고향인 신드주와 정치적 기반 도시 카라치에는 주민들이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다.

CNN은 지금까지 소요사태로 최소 38명이 사망했고, 900여 대의 차량이 불탔다고 보도했다. 경찰서 30여 곳, 은행 200여 곳, 주유소 50여 곳이 전소됐다. 파키스탄 정부는 36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부토 암살사건의 여파로 내년 1월 8일로 예정된 총선이 두 달 이상 연기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박소영.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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