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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이명박 - 박근혜 회동 그 후 … 공천 갈등 잦아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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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을 찾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29일 비공개 면담과 관련, 박 전 대표 측이 30일 "공천 시기를 연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당선자 측엔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반응이 많아 '공천 연기 합의' 실체를 둘러싸고 미묘한 기류가 당내에 흐르고 있다.

이 당선자와 박 전 대표는 29일 오후 3시 인수위 당선자 사무실에서 43분간 만났다. 4개월 만의 만남이다. 이 중 배석자 없이 단둘이 만난 시간이 35분이다. 이 '35분간 단둘의 만남'에 무슨 대화가 오고 갔을까. 30일 정치권의 관심은 여기에 집중됐다.

그런 가운데 박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가 익명을 부탁하며 기자에게 "29일 두 사람의 비공개 대화에서 박 전 대표가 '공천 시기를 늦춰선 안 된다'고 말했고 이 당선자가 '알겠다'고 답했다고 한다"며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자가 약속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29일 이 당선자와 만난 뒤 이규택.이경재.유정복.이혜훈.김재원.송영선 의원 등과 만찬을 함께했다. 자연스레 이 당선자와의 회동이 화제에 올랐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이들에게 "이 당선자와 공천을 늦추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말을 몇 차례 했다고 만찬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이 당선자 측은 합의설을 부인했다.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은 30일 "이 당선자는 '공천 시기에 대한 구체적 얘기는 없었고 인수위가 자리 잡은 뒤 당헌.당규에 따라 공천을 진행해 가자'고 말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다른 측근은 "상식적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공천이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측근은 "만약 당선자가 그렇게 말했다면 분란을 만들지 않고 좋게 가자는 차원에서 한 덕담일 것"이라고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았다.박 전 대표 측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이 당선자 측은 취임식 이후에 공천을 하는 게 순리라고 주장한다.

◆공개 만남에선…=29일 배석자와 취재진에 공개된 '8분 면담'에서 두 사람은 덕담을 주고받는 가운데 공천 문제를 일부 논의했다.

▶이 당선자="(대선 과정에서)박 전 대표가 도와주셔서 분위기가 좋았다."

▶박 전 대표="당원으로서 당연한 도리인데 별 말씀을…. 정권교체를 해주셔서 정말 잘 됐다."

그러곤 공천 문제에 관해 대화가 이어졌다.

▶박 전 대표="사실 공천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초석이 되거든요. 거기서부터 삐걱거리고 막…."(※이 당선자 측의 이재오 전 최고위원, 이방호 사무총장이 제기했던 '공천 연기' 주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임)

▶이 당선자="아이 그럼요. 내 생각도 똑같아요. 국민이 볼 때 '이 사람들 밥그릇 챙기나' 그렇게 하고 말이지. 앞으로 입법을 하고 민생을 살리려면 국회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정말 국민이 원하는 정치 변화를 가져와 과반수가 되도록 박 전 대표가 애를 더 써야 한다."(※박 전 대표 측에서 제기하는 '공천 지분 보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임)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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