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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박진 의원 장관 가능성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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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도대체 어떻게 된답니까.” 통일부 직원들은 한숨만 짓고 있다. 해가 갈수록 강화되던 부처의 규모·위상이 하루아침에 외교부에 흡수통합된다거나, 차관급의 처(국무총리실 산하 남북교류협력처)로 격하될 수 있는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부처가 존폐의 기로에 놓였는데, 장관이 누가 될까 걱정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말한다.

북한 전문가가 인수위에 포함되지 않은 데 따른 불안감도 있다. 새 정부의 대북 인식이나 통일부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것이다. 간사를 맡은 박진 의원과 인수위원인 현인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관심의 초점이다. 박 의원은 외교관 출신으로 대통령 통역까지 맡은 경력의 소유자로 현 교수와 함께 외교 전문가다. 홍 교수는 국방안보 분야 전문가로 분류된다. 2002년 인수위(지금은 외교통일안보 분과이지만 그때는 명칭도 통일외교안보 분과였다) 때는 서동만 상지대 교수와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등 북한 전문가가 포진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인사는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들의 인식·행태가 마음에 안 들 수 있고, 통일부가 그간 해온 정책에 오류가 있다고 볼 수는 있다”면서 “새 인사를 통해 개선할 일을 무조건 부처의 축소·폐지론으로 몰고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남 협상 창구인 통일전선부가 우리 외교부와 협상을 하려 할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인수위 외교통일안보 분과 간사로 박진(서울 종로구) 의원이 정해진 데 대해 반색하고 있다. 박 의원이 외시 11기 출신인 데다 대통령 통역을 지냈고, 의정활동 대부분을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보내 외교부 속사정은 물론, 외교 업무 전반까지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를 열고 보면 학자 출신으로만 인수위가 채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사라진 데 따른 반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02년 인수위 때는 기존의 외교 라인과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학자들로 인수위가 모두 채워졌고, 분과위 간사를 맡은 윤영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가 새 정부 첫 외교장관을 맡았었다.

따라서 박진 의원이 이명박 정부의 첫 외교 수장이 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당선자가 박 의원 같은 실무형을 선호한다는 얘기도 나돈다. 박 의원 측은 “4월 총선(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3선 고지를 달성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당선자가 장관직을 제의한다면 그때 가선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내 당선자 비서실의 외교팀장을 맡은 권종락(외시 5기) 전 아일랜드 대사의 요직 기용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다양한 평가가 오가고 있다. 외교통일안보 분과 인수위원인 현인택 고려대 교수는 대선 과정에서 이 당선자의 외교안보 참모진의 좌장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발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 직원들은 “이 당선자가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점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외교부는 ‘외교 역량 강화’ 등 인수위가 내세우는 기조에 대해선 기대를 드러내면서도 통일부 흡수통합론 등 조직 개편에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 당국자는 “북한 문제를 놓고 주변 4강과 협의해야 하는데, 동시에 북한과도 협상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북한이 남북합의서에 규정된 ‘특수관계’인 만큼 북한과 협상하는 통일부 고유의 영역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동두천 여중생 사망사건 직후 출범한 2002년 노무현 인수위에 대해 군은 상당히 불안해했었다. 그때 국방을 담당했던 서주석(당시 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팀장) 위원이 군 고위층엔 생소했던 인물이란 점도 불안감을 높였다. 그러나 이번에 국방 분야 인수위원이 된 홍두승 교수에 대해 부처 내에선 “평소 민·군 관계, 군의 정신전력 분야에 대해 군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대변해 온 인사”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일단 사람 자체에 대한 걱정은 없다는 얘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10년 만에 돌아온 보수 정부를 맞이하면서 기대와 불안감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체질적으로 보수인 군이 DJ·노무현 정부 동안 겪어온 이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작용하는 반면, 참여정부 5년간 벌여놓은 일을 정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국방부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국방개혁 2020’이다. 2020년까지 621조원을 투입하고 병력 규모를 68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줄여 정예화한다는 것이 목표다. 노무현 정부는 다음 정부가 국방개혁을 함부로 폐기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했지만 새 정부가 내용 면으로 완전히 뒤집어놓을 수 있다. 병력 감축의 이유를 인수위에 설명해야 하는 것도 고민이다.

노무현 정부가 ‘자주’라는 기치 아래 추진했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한 조정도 불가피하다. 새 정부는 한미연합사에서 한국군으로 이양하기로 합의한 전작권 전환 시기(2012년 4월 17일)를 국민 정서, 북한 핵문제와 연계시켜 늦추려는 입장이다. 미국 내에서도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을 감정적으로 처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더 심각하다. 노 정부는 방위사업 비리를 문제삼아 2006년 1월 방사청을 개청했다. 그러나 방사청의 임무에 비해 조직이 비대하고 벌써 권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은 처음부터 방사청 개청에 반대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김수정 기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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