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상인가 집권 문제있나-김정일 올 신년사없어 추측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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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정일(金正日)이 1일 관례를 깨고 올해 신년사를 하지 않아여러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의 신년사는 김일성(金日成)이 거의 매년 거르지 않고해오던 하나의「행사」다.
김일성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를 평가.정리(총화)하고,새해의정책 방향을 제시해왔다.
언제나 자신이 직접 육성으로 녹화해 방송했다.80년대 이후 신년사를 거른 것은 86년 12월29일 최고 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한 직후인 87년 뿐이다.
북한 중앙방송은 1일 오전9시 당.군.청년회보의 공동사설을 신년사 형식으로 아나운서를 통해 내보내고,이어 김일성의 지난해신년사를 26분간 방송했다.
아직 공식 절차는 밟지 않았으나 권력을 이어받은 것이 확실한김정일이 신년사를 거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그는 대신 군부대시찰만으로 신년행사를 마쳤다.
군부대 시찰에서도「중요 과제」만 제시했다는 보도가 있을 뿐 자세한 동정은 소개되지 않고 있다.그가 신년사를 안한 것은 우선 아버지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년사는 지난해 업적부터 정리해야 하는데 지난해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첫 통치기간이 물려 있는 때였고 경제사정도 좋지 않았다. 또 신년사는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담아야 하는데 아직 어려운 경제와 급변하는 대외 상황에 대응할 구체적인 정책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사설도 외교.안보분야에서 北-美 합의나「침략 위협」을 물리친 것은 지난해 김정일의 외교 치적으로 선전하면서도 경제분야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 공식 취임과 당 창건 50주년을 앞두고 있어 공식 연설을미룰 가능성도 있다.
김정일 체제 구축과 관련해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신년사에는 정치일정과 인사방향이 표현될 수밖에없다.그러나 세대교체 문제등 민감한 사항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신년사가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건강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김정일은 여러가지 질병을 앓고 있고 대중앞에 나설 입장이아니라는 설이 끈질기게 나돌고 있다.
신년사를 하지 않으면서도 군부대시찰 사진한장을 내보낸 것은 간경변증.당뇨등 계속 제기되고 있는 건강문제 때문에 신년사를 못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년사 대신 나온 공동사설은 새로운 정책 제시보다 체제안정을 중시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성과나 올해 과제에서「김정일의 두리에 굳게 뭉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고,경제 과제를 얘기하면서 93년 12월의 당중앙위 제6기 제21차 전원회의 결정을 인용했다. 이는 승계를 공식화할 당회의가 없었음을 시사하면서 김정일 체제 구축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 농업과 경공업.대외무역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이라는「완충기과업」을 지적하면서도 자력갱생을 강조해 여전히「개혁.개방」에 정확한 입장정리를 못하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
「당의 혁명적 경제전략」을 관철하기 위해 군의 역할을 강조하는 점도 눈에 띈다.
청류다리 건설에서처럼 경제난 극복에 군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김정일이 새해 첫 방문지로 군부대를 택한 것도이런 구상과 무관하지 않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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