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 첨단 의료기술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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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77면

류최초로 자신의 손뼈사진을 엿본 사람은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으로 95년은 그가 X선을 발견한 지 꼭 1백년이 되는 해다. 당시 스크린에 비친 손뼈를 우연히 바라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는 뢴트겐.그러나 만일 그가 다시 살아나 오늘날 불과수㎜ 크기의 이상구조물까지 척척 찾아내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나 인간의 생각마저 읽어낼 수 있다는 양전자방 출단층촬영장치(PET)를 대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칼을 대지 않고도 인체 구석구석을 살펴보려는 인류의 노력은 이미 이 분야에서만 두 개의 노벨상을 배출했을 정도다.현대과학의 총아로 떠오른 첨단 영상의학장치의 발전과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 이삿짐을 들다 허리를 삐끗한 K씨에게 내려진 MRI의 최종진단명은 허리디스크라 불리기도 하는 요추간판탈출증(腰椎間板脫出症).불과 5분도 안돼 MRI가 찍어낸 K씨의 척추영상은 너무나 선명해 일반인도 볼록 튀어나온 디스크 부분 을 금세 찾아낼 수 있을 정도다(사진(左)).
무릎을 망치로 치거나 다리를 들어 올리고 엄지발가락을 당겨보는등 디스크유무를 알아내기 위한 의사들의 숱한 노력이 단 한장의 MRI필름앞에 무색해지고 마는 순간이다.
MRI는 K씨의 튀어나온 디스크가 4,5번 요추사이에 위치하며 아직 석회화가 덜 돼 말랑말랑하고 터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까지도 알려줘 K씨는 수술대신 디스크부위에 직접 바늘톱을 찔러빨아내는 경피적 수핵흡입술을 받고 하루만에 완쾌 될 수 있었다. 인체를 가로 세로 원하는 위치에서 마음껏 잘라 수㎜ 단위까지 단면도를 그려낼 수 있는 MRI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평소 심장이 나빠 약물치료중이던 L씨도 첨단영상장치의 덕을 톡톡히 본 대표적 사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생긴 협심증이 악화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장근육이 썩어 들어가는 치명적인 심근경색증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심근경색증의 경우에도 심장 자체의 생김새는 정상심장과똑같아 단지 구조만을 살펴보는 CT나 MRI로는 이상병변을 찾아낼 수 없다는 것.
이땐 구조보다 기능을 살펴보는 PET가 큰 역할을 한다.짧은반감기를 가지므로 비교적 인체에 무해한 양전자방출핵종을 포도당.산소등 우리가 알고싶은 물질에 붙여 이들 물질의 대사과정을 영상으로 처리해내는 것이 PET의 원리.심근경색증의 경우 혈류공급이 중단된 심장근육의 포도당과 산소의 대사가 정상보다 훨씬저하돼 있으 므로 PET상에 쉽게 잡히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L씨의 PET화면엔 심전도.심근효소등 기존방법으론 감지해낼 수 없는 미세한 초기심근경색증의 소견이 발견돼 의료진의 신속한 대책이 가능했고 생명도 구할 수 있었다.PET는 초보적인 독심술기계로도 활용가능하다.
인간의 정서.기억등 고도의 정신기능 역시 대뇌 특정부위의 생화학적 작용증가에서 비롯되므로 거꾸로 어느 부위에서 혈류량.포도당.산소대사가 증가하는지를 살펴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다는 것이 독심술의 논리다.
현재의 기술수준만으로도 희로애락과 같은 감정상의 변화는 물론영어단어의 암기유무까지 확인할 수 있다하니 앞으론 기계가 대신채점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현재 국내엔 CT가 5백43대,MRI가 87대 보급돼 있으며PET는 서울대병원과 삼성의료원에 설치돼 있다.
고가장비로 분류돼 아직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CT의 경우1회 촬영료가 15만원 정도며 MRI는 40만원,PET는 90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값비싼 첨단장비라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님을 알아야한다.결핵이나 폐렴유무를 알기 위해선 가슴 X선촬영 하나로도 충분하며 조금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CT가 MRI보다 더 좋은 경우도 많다.결국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며 첨단장비가 빛나는 첨단시대일수록 이를 운영하고 해석할 수 있는 첨단의사들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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