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뜨거운 신도시 추가건설-地自制 대비.여론수렴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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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수도권에 새로운 신도시 건설계획 수립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최근 대한국토계획학회와 도시계획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온영태(溫泳泰.경희대 건축학과)교수는 『수도권에 신도시가 더 필요한가 아닌가를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
어떤 계획으로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며 방법론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고 주장했다.또 신도시 건설에 따른 부작용으로 지적되던 수도권 집중가속화에 대해 허재완(許在完.중앙대 지역개발학과)교수는 『통계적으로 신도시로 인해 타지역의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입됐다는 지표는 없으며 오히려 서울내부의 인구를 신도시쪽으로 분산시킨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신도시계획이 시급하다는 인식은▲수도권 주택수요에 대처할 개발가능지 부족▲소규모 택지개발로 인한 기반시설 확보의 어려움과 난(亂)개발 양상▲무원칙한 도심지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자원의 낭비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이미 개발된 수도권 5개 신도시 건설은 집값 폭등으로 인한 민심 수습과 주택수급 안정에 나름대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단기간에 졸속으로 추진되다보니 건설과정에서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신도시 건설에 대 한 이같은 비판적 여론 때문에 건설교통부등 관계당국은 앞으로의 신도시개발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그러나 한편에서는 집값이 급등할때를 대비해 건설교통부가 신도시계획을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다는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이는 효 율적인 국토개발 측면이나 우리 주택시장의 현실에 비추어 신도시 추가건설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5개 신도시 개발의 경우 발표된지 불과 8개월만에 도시설계는물론 착공에서 분양까지 초스피드로 진행돼 계획과 설계.건설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부작용의 발생은 필연적이었다.불과 5년만에 40만명의 인구를 수용하는 도시를 완성한 것은 기네스 북에 오를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영국.프랑스.일본의 신도시들이 20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무모할 정도로 급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따라서 앞으로 신도시 건설의 필요 성이 눈앞에 닥치기 전에 충분한 검토와 여론수렴을 거쳐 미리 계획을 수립해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도시 계획이 시급하다고 보는 또하나의 이유는 최근 시중에 떠돌고 있는 유동자금이 내년도 경기상승 붐을 타고 부동산으로 몰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이러한 우려는 결국 집값이 또 오르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을 동반한다.손 재영(한국개발원)박사도 「95년 부동산시장 전망과 대책」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도시 건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그러나 건설교통부는 수도권의 택지공급난 해결방안으로 신도시 개발보다 소규모 택지개발을 동시다발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이에대해 온영태교수는 『현재의 택지상황을 고려한다면 신도시건설이냐 소규모 택지 개발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두가지의 병행이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소규모의 택지개발이 단기적인 공급을 충당한다 하더라도 장기적 인 관점에서 도시내의 이용가능 토지를 한꺼번에 이용해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소규모 택지개발,재개발.재건축,신도시 건설등이 함께 계획.개발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지방자치제 실시를 앞두고 각 市나 郡이 독자적인 신도시를구상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격적인 지방자치제 실시에 앞서 신도시 개발과 관련한큰 틀을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택지부족과 주택부족이 누적돼 집값 폭등이라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고,또 급조된 신도시 계획으로 각종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는 주택 수요에 대처하는 다양한 택지개발 가능성이 모색돼야 하며 신도시 개발도 그 한 수단으로 제시돼야 할 것이다.건설교통부가 만약 보안만을 고려해 신도시 계획을 다시 한번 은밀히 추진해 과거와 같이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없이 일시에 발표하고 ,짧은 기간 안에 분양까지 이르는 순서를 되풀이한다면 현재 신도시가 가진 문제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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