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이용 年70만원이상 절약-家計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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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알뜰주부로 소문난 김순미(金順美.32.서울영등포구신길동)씨는지난 한햇동안 꼼꼼히 적어온 가계부를 정리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얼마 안되는 남편 월급으로 어려운 살림을 감당하고서도 4백70여만원이나 저축을 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정 연휴기간중 자신 못지않게 프로 살림꾼인 친구 이지현(李知賢.31.서울도봉구창동)씨 집에 놀러갔다가「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수입은 자기보다 적은데도 불구하고 작년 한햇동안 5백40만원의 저축을 했다는 것이다.자기보다 70만원이나 많은 금액을 아낀 셈이었다.
구두쇠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절약하며 살아온 김씨는「어떻게 그럴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친구 李씨의 가계부 항목을 조목조목뜯어봤다.
친구의 가계부를 자기것과 비교해보니 다른 항목은 거의 비슷하나 비(非)소비지출(부모에게 용돈을 주거나 동생들 학비를 대는것등).식비와 피복비.가정용품비등에서 자기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지출했음을 알았다.
비소비지출이야 자기는 연로한 시부모님에게 매달 일정금액을 부쳐 드리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담이 없는 친구보다 많은 것이 당연했다.문제는 식비.피복비.가정용품비등에서 큰 차이가 나는 점이었다.
모두 두살짜리 아이 하나씩을 둔,그만그만한 살림살이인데다 자기가 친구보다 훨씬 아껴 살았기 때문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친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옆에 92년 11월「E마트」라는 할인전문의 신업태가 생겼고 이를 계기로 주변의 백화점.슈퍼마켓 등이 E마트에 맞서 값을 일제히 내렸다.
金씨는 친구가 이들 업소를 이용하면서 식비.피복비.가정 용품비를 매달 상당액 줄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왜 저축액이차이가 났는지 수긍이 갔다.
친구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 업소는 생식품.라면.과자 같은 값싼 식품은 일반 슈퍼마켓보다 보통 10%정도 싸고 참기름.설탕.비누세트등은 25~30%선까지 저렴하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권장소비자가 1만2천원인 참기름(3백50㎖)은 일반슈퍼에서 1만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E마트에선 이보다 3천원이나싼 7천원이라는 설명이다.1주일이나 보름에 한번씩 E마트에 가서 한꺼번에 장을 보고 있는데 예전 같으면 1 0만원이상 들던1주일분 장보기 비용이 10만원 이내에서 해결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5개 들이 남성러닝셔츠가 권장소비자가대로라면 1만5백원인데 E마트에서는 8천4백원이면 살 수 있고 이밖에 양말.스타킹등도 훨씬 싸 피복비도 줄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약이 잔뜩 오른 그녀는 일단 E마트를 한번 돌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4호선 창동 전철역에서 걸어서 3분정도 되는 거리에 위치한 E마트 매장의 지하 식품부 1층,2층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물건이 덕용(묶음)포장단위로 판매되고,수입품이 많으며 상품구색이 미비한 점이 아쉽기는 했으나 잘만 이용하면 생활비 를 상당히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들어 李씨뿐 아니라 상당수 주부들이 값을 파격적으로 내려받는 할인점을 이용,가계비 부담을 줄여나가고 있다.
창동지역뿐 아니라 E마트 일산점 주변이나 양평동 프라이스클럽주변의 가정에서는 이미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상당한 혜택을 보고 있다.
미국등 할인점이 발달돼 있는 곳의 경우 특별히 고급물건을 살때를 제외하고는 백화점 대신 할인점 이용이 보편화돼 있는데 우리나라도 앞으로 그 수가 늘어 상권마다 들어설 경우 파급효과가클 전망이다.
또 우리나라에도 E마트와 프라이스클럽의 성공적인 운영에 힘입어 할인판매점에 새로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실질소득증대효과 혜택을보는 소비자들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이는 뉴코아와 롯데백화점이 기존 백화점 매장내에 별도의 할인판매코너를 개설했고 그랜드등 다른 백화점과 유통업에 새로 뛰어드는 대기업들도 할인점을 최우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과정에서 부작용과 잡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는 가능한한 다른 대리점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동일한 수준의 가격을 적용하려하고,할인판매점을 눙영하는 유통업체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납품가격을 대폭 낮춰야 하는만큼 이들간에 힘겨루기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이들 할인판매점에서 취급하는 수입상품의 비중에대해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96년으로 다가온 유통시장 전면개방에 맞서 국내 유통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물가안정을 이룩하여 일반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위해서는 각종 행정규제완화등 할인점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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