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미술의 해 겉치레보다 內實채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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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 새해부터 시작될 95「미술의 해」행사계획이 발표되면서 미술계는 미술의 해에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시간을 늦춰서라도행사내용을 보완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지난 22일 미술의 해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행사내용은 전시사업 16건,학술사업 4건,제도정비사업 3건,이벤트사업 9건,그리고 지역사업등 1백57건으로 외관상 방대한 행사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이들 행사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술인들이 미술의 해를 통해 기대했던 내용들,예컨대 미술의 내적 발전을 위한제도적 정비와 보완,그리고 미술의 저변확대를 위해 시급한 하부구조의 마련등이 지나치게 소홀하게 짜인 것을 쉽게 지적해 낼 수 있다.
특히 조직위원회가 사업기본 방향의 하나로 꼽은 학술사업이나 제도정비사업은 엉성하기 짝이 없어 내년 한햇동안을 각종 전시의테이프 커팅과 개막 파티만으로 흥청망청 보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행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시행사도 『95 미술의 해 기념 오늘의 한국미술전』『광복 50주년 기념 한국미술 30인전』등 5개 행사만이 조직위의 단독 주최이며 나머지는 국립현대미술관.
문예진흥원 미술회관등이 이미 추진해온 행사에 조직 위원회의 이름을 건데 불과하다는 인상이다.
미술계에서도 내년이 미술의 해로 선정됐다 해서 당장 한햇동안미술시장이 성장하거나 미술의 대중화가 급속히 앞당겨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그러나 미술의 해 지정을 계기로 미술계가 안고있는 현안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문제제기가 이뤄 지고 제도개선이나 새로운 여건마련을 위한 한 해가 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있다. 박광진(朴洸眞)미술의 해 집행위원장도 미술의 해 선정 자체가 늦었고 조직위원회 구성도 늦어 행사가 외형에 치중된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朴위원장은 행사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뾰족한 계획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일단 큰 덩어리만을 제시했다』는 여유를 보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미술계가 미술의 해 행사내용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는 것중 하나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지난 5년에 걸친 연극.영화.춤.
책.국악의 해의 성공과 실패를 하나도 반영하지 않고 일회성 행사로 흘려버린 듯한 인상을 준 점이다.
실제 앞서 열렸던 몇몇 행사는 행사만으로 한해를 보내면서 행사의 막이 내려지는 것과 동시에 다시 정부에 의해 그 장르 전체가 보호육성의 대상으로 돌아간 사례가 있다.
반면 성공사례로서 책의 해 사업의 하나로 시작된 일산(一山)출판단지 조성사업이나 낙도 책 보내기 운동은 최근까지 지속중이어서 대비되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미술의 해를 통해 문제제기가 돼야할 과제로▲미술의 대중화 확대▲창작여건개선▲우리미술의 국제화와 관련,해외미술정보의 공유등을 현안으로 꼽고 있다.특히 미술의 대중화를 가로막아온 「미술이 특별한 무엇」이라는 일반인식은 미 술의 해 기간동안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미술강연의 개최나 일반에 친숙한 대중문화로 끌어들여 미술을 소개하는 행사등을 통해 불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또 화랑문턱을 높이는 그림값 문제도 미술의 해를 통해 문제삼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외에도 미술인들의 창작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정비는 물론 저렴한 아틀리에 공급안이나 해외진출을 위한 정보센터등의 설립이 미술의 해를 통해 생각돼야 할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다소 늦더라도 미술계의 여론을 수렴,행사계획을 보완해 내년 미술의 해를 알차게 채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尹哲圭.安惠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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