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35분으로 충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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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일 만에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박지성<右>이 수비수를 제치고 드리블하고 있다. [선덜랜드 AP=연합뉴스]

270일을 기다렸지만 고작 35분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부상 공백을 깨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지성은 27일(한국시간) 영국 타인위어주 선덜랜드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선덜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12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대신해 교체 출전해 35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맨U는 웨인 루니와 사하·호날두의 연속 골로 전반에만 3-0으로 크게 앞서나갔다. 여유가 생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후반 12분 박지성을 투입했다. 어차피 승부가 기운 마당에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실전감각을 되살리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박지성은 어쩔 수 없는 ‘신형 엔진’이었다. 박지성은 투입된 지 3분 만에 마이클 캐릭의 패스를 받아 아크쪽으로 드리블하다 왼쪽에서 달려들던 나니에게 완벽한 침투패스를 연결했다. 나니의 슈팅이 골문을 빗나가는 바람에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위협적인 움직임이었다.

부상에 대한 공포도 완전히 떨쳐버린 듯했다. 박지성은 이날 자신보다 큰 상대와의 공중볼 다툼이나 몸싸움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이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치열한 어깨싸움을 펼친 끝에 골문 앞까지 침투했다. 예전 같았으면 넘어져 파울을 얻어냈던 장면이었다.
경기 후 퍼거슨 감독은 “역시 박지성은 우리 팀의 활력소다.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말했다. 스카이스포츠는 ‘카메오로서 화려한 컴백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7점의 후한 평점을 줬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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