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 꿈 살리는 당선자와 재계 만남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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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만사를 제쳐 놓고 오늘 재계와 만나기로 한 것은 여러 모로 뜻깊다. 우선 이번 회동은 국민이 이 당선자에게 맡긴 첫째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기업들에 적극적인 투자로 경제 살리기에 앞장설 것을 당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반기업 정서와 온갖 규제로 움츠러들었던 재계로서도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새 정부의 약속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만남이 침체된 우리 경제를 일으켜 서민과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자면 이번 회동이 의례적인 상견례나 형식적인 덕담을 나누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이 당선자와 재계가 흉금을 터놓고 할 말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당선자는 기업들이 경제 살리기의 첫걸음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요청해야 한다. 권위주의 정권에서처럼 투자를 강요하라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듯 당선자가 국가의 세일즈맨이 되어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 투자를 가로막았던 걸림돌이 무엇인지, 정말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를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인들로부터 직접 듣고 개선을 다짐해야 한다.

재계도 그간의 위축된 자세에서 벗어나 투자를 늘릴 방안을 마련하는 데 당선자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투자 확대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규제부터 풀어야 할지를 대통령 당선자에게 소상하게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재계는 스스로 경쟁력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다짐을 하기 바란다. 투자를 빌미로 무작정 규제만 풀어 달라고 할 게 아니라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자정(自淨)과 쇄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제는 권력과 재계의 만남이 정경 유착의 상징이던 시대는 지났다. 결코 그 길로 되돌아가서도 안 된다. 이 당선자에 대한 최고의 당선 축하 선물은 검은돈이 아니라 투명한 경영과 적극적인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