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곳에선>미국 출판계도 보수회귀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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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정계를 휩쓸었던 보수회귀 바람이 출판계에까지 위력을 떨치고 있다.책내용이 진보나 자유성향이면 대부분 고전하는 반면보수주의의 시각을 담고 있는 것은 「어김없이」 히트치고 있는 것이다.출판계의 이같은 조류를 대표적으로 보여주 는 예가 웨인라피에르가 쓴『총기와 범죄및 자유』(원제 Guns,Crime,and Freedom)라는 책.
저자가 보수단체의 대표주자격인 미국 총기협회장인만큼 이 책이어떤 입장의 메시지를 담고 있을지는 자명하다.지난 여름 초판 2만부를 찍은 이 책은 지금까지 20만부이상 팔렸으며 저자가 지난 몇달동안에만 독자사인회를 80여차례나 열었 을 정도로 대단한 호응을 얻고 있다.
보수주의 성향이 압도하고 있는 증거들은 얼마든지 더 있다.
공화당 출신인 닉슨 前대통령이 쓴 책은 민주당출신인 카터 前대통령의 책보다 네배 정도 더 오래 인기리스트에 올라있으며 역시 공화당인 댄 퀘일 前부통령의 책도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바버라 부시 前부시대통령 부인이 쓴 회고록도 카터대통령의부인 로잘린 여사의 책보다 인기리스트 랭크에서 14대0이라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이밖에 논픽션 부문에서도 진보성향은 결코 찾아볼 수 없을 교황 요한 바오 로 2세가 쓴『희망의 문턱을 넘어서』가 선두부문을 달리고 있다.도덕적인 가치관을 주제로 한 윌리엄 베내트의 『미덕의 책』(The Book of Virtues)이 거의 1년가까이 뉴욕타임스 인기리스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한 예 다.
가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관념과 정반대의 입장을 표하고 있는유명배우 말론 브랜도가 쓴 자서전이 지명도에 어울리지 않게 휘청거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경향을 반증하는 좋은 예다.5백만달러라는 엄청난 고료가 지불된 끝에 지난 9월에 소개된 이 책은책값을 절반이나 할인해 팔고 있음에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아무도 이들(진보주의자들)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려들지 않는다』는 것이 출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프리 프레스출판사의 애덤 벨오로씨는 이같은 현상과 관련,『독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같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책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정치성향의 변화가 출판계에도 심대한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워싱턴=金容日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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