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트렌드>연말 독서계 어른위한동화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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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자신과 주변을 차분히 정리하며 새해를 준비하는 시기다.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은 출판가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속속 나오고 있다.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읊었던 것처럼 동화의 세계에는 일반인들이 바쁜 생활 속에서 잊고 지내는 인생의 소중한 진리들이 알알이 담겨 있다.
숨가쁜 경쟁사회를 잠시 뒤로 밀어내고 삶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청량제 역할을 한다.
최근 나온 성인대상 동화로 눈길을 끄는 작품은 『샘물과 바가지』『어서오세요,크리스마스 백화점입니다』 『아기돼지,늑대를 잡아먹다』『환상의 정원』등.이 동화집들은 동화가 단순히 어린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른에게도 시대.장소에 관계없 이 항상 유효한 장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샘물과 바가지』(열린세상刊)는 국내 창작 그림동화집.모두 3권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소설가 정찬주씨가 글을 쓰고 동화작가 강우현씨가 그림을 넣었다.샘물이라는 내용을 바가지라는 그릇으로 담아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글이 끝나면 그림 이야기가 이어지고,또 그림 속에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기분대로 써나가도록 하는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다.이야기는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게으르지 말라」는 부처님 법문을 시작으로 중생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며 마음을 닦는 스님,평생 쇳물을 뽑으면서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직공에게 대통령의 월급을 지급한 미국 철강왕 카네기,타고가던 말을 먹이기 위해 썼던 들판의조 한단에도 값을 치르는 고려 명신 이공수등 모두 60여편으로엮어졌다.아무런 가식없 이 자기 맡은 일을 묵묵히 실천하는 삶의 지혜를 드러낸다.중간중간의 그림도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서오세요…』(에디터刊)는 아동TV프로 『세서미 스트리트』로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레이 시퍼드의 작품.하늘의 축복을 받은 마네킹이 인간의 생명을 부여받아 백화점 안내원으로 일하면서보고 들은 아름다운 이야기 12편이 들어있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금팔지에 감탄해 매일 백화점을 찾는 천진난만한 소녀와 판매원 사이의 사랑에서부터 발송부에서 중노동에 시달리는 막노동자까지 맑고도 애잔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놓는다.그러면서도 결말은 융화.화해등 해피 엔딩 쪽으로끌어가고 있어 평소 꿈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불씨를 지펴준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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