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삼, 챔프 방어 후 의식불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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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직후 의식을 잃고 쓰러진 최요삼을 의료진이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최요삼(33.숭민체)이 경기가 끝난 뒤 뇌출혈을 일으켜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다.

최요삼은 25일 서울 자양동 광진구민체육회관 특설링에서 벌어진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콘티넨털 플라이급(50.8㎏)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도전자 헤리 아몰(24.인도네시아)에게 3-0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최요삼은 경기 직후 정신을 잃고 쓰러져 한국권투위원회(KBC) 지정 병원인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2시간 만에 끝났지만 의식을 되찾을 가능성은 20%도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수술은 5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수술 도중 뇌가 부어오르는 부종 현상이 심해 수술을 서둘러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요삼의 매니저인 최경호 HO스포츠매니지먼트 대표는 "수술 후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틀 정도 약물로 부종을 가라앉힌 뒤에야 생사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요삼의 한 측근은 "다행히 생명을 건지더라도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최요삼은 이날 동양챔피언에 해당하는 인터콘티넨털 타이틀 방어전에서 헤리 아몰을 상대로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지만 마지막 12회 종료 직전 오른손 스트레이트에 턱을 맞고 쓰러졌다. 최요삼은 곧바로 일어났고 종료 공이 울렸다.

자기 코너로 돌아오던 최요삼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그 사이 판정이 내려졌다. 최요삼이 계속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관계자들이 들것에 실어 순천향병원으로 옮겼다. 최요삼은 이날 경기 도중 도전자와 머리를 두세 차례 부딪친 데다 얼굴에 양훅을 자주 허용, 뇌에 충격이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2004년 9월 링을 떠났던 최요삼은 2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복귀했다. 그리고 올 9월 WBO 인터콘티넨털 플라이급 타이틀을 따냈지만, 3개월 만에 벌어진 1차 방어전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최요삼이 뇌출혈로 쓰러지자 복싱계에서는 25년 전 김득구 선수의 비극을 떠올리고 있다. 고 김득구 선수는 1982년 1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급 세계타이틀전에서 챔피언 레이 멘시니에게 14회 KO패한 뒤 뇌수술을 받았지만 4일 만에 숨졌다. 김득구 사건 이후 세계 복싱계는 세계타이틀전을 15회에서 12회로 줄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복싱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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