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긴급 방제 … 한사리도 이겨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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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 해수욕장 해안가 방파제에서 자원봉사자가 방파제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고 있다. [뉴시스]

성탄절인 25일 충남 태안에는 자원봉사의 물결이 넘치면서 2차 피해의 큰 고비를 넘겼다. 이날은 충남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 사고 이후 해수면 수위가 가장 높은 '한사리'여서 바닷물 수위가 오후 5시쯤 최고 6m98㎝까지 차올랐다. 이런 바닷물은 해안 바위 높은 곳에 눌어붙었던 기름을 휩쓸어 다시 해상으로 보내면서 2차, 3차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됐다. 하지만 방제 당국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큰 피해없이 방제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날 보령 앞바다 78개 섬을 비롯해 태안 지역에 총 1만1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려 기름을 닦아 냈다.

◆고비 넘긴 한사리=사고 나흘 뒤인 11일 오후 5시 바닷물 높이가 6m35㎝까지 오르면서 해안 바위 높은 곳에 묻었던 기름띠가 채 제거되기 전에 바닷물에 휩쓸려 다시 해상으로 흘러나갔다. 이런 기름은 2차, 3차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를 지켜본 대책본부는 바닷물이 가장 많이 차오르는 한사리인 25일 수위가 11일보다 63㎝나 더 높아져 피해를 가중시키지 않을까 긴장, 방제력을 총동원했다.

이날 오전 4시16분 바닷물 수위가 5m60㎝를 기록한 뒤 빠지자 대책본부는 오전 7시부터 암벽과 자갈이 몰려 있는 곳에 자원봉사 인력과 군인.경찰 3만여 명을 집중 투입해 방제작업을 했다.

특히 수거한 원유 흡착 폐기물이 바닷물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변에 쌓여 있던 1만5502t의 폐기물과 폐유 1428㎘를 집중적으로 반출했다. 또 원유 유출 피해를 본 59개 유.무인도 중 방제가 시급한 21개 섬에 2574명의 인력을 배치해 수거한 폐기물을 헬기를 이용해 육지로 옮겼다.

해상에서는 전날 강풍의 영향으로 태안군 원북면 학암포~파도리 연안에 엉겨붙었던 기름 일부가 다시 인근 해상으로 흘러든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본부 윤혁수 경비구난국장은 "해안의 바위에 엉겨붙었던 기름이 다시 밀려나온 학암포~파도리 해역에서 이날 집중 방제활동을 펼쳤다"고 말했다. 다행히 바닷물 수위는 이날 오후 최고를 기록한 이후 26일 6m82㎝, 27일 6m59㎝, 28일 6m26㎝, 29일 5m87㎝로 점차 낮아진다.

◆성탄절에 섬 지역 자원봉사=충남 보령 78개 섬에서는 '나눔의 크리스마스'를 실천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5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구슬땀을 흘리며 기름을 닦아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오전 대천항에 모여 현장 직원의 안내를 받아 유람선에 몸을 싣고 섬으로 향했다.

서울 한빛침례교회.연기 전의감리교회.천북 신흥교회 신도 60여 명은 삽시도.녹도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보령 지역 사찰 무진사.세원사 신도 50여 명도 고대도.삽시도에서 성탄의 하루를 뜻 깊게 보냈다.

태안 원유 유출 사고 이후 보령 섬 지역에서는 주민 2만3350명, 자원봉사자 5690명, 공무원 1400여 명이 방제 활동을 벌였다.

태안=신진호 기자

◆한사리=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밀물이 가장 높은 때를 말한다. 물 높이가 가장 낮은 조금 때보다 최고 2m가량 수위가 높아진다. 지역별로 대사리.큰사리.대조 등으로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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