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떠오르는 붉은 태양 보며 새해 다짐 … 아이와 해맞이 산행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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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식(43·서울 봉천동)씨 가족이 무자년 해맞이 산행을 준비하고 있다. 딸 해인이(11)와 엄마 안강임(39)씨의 표정이 즐겁다. 지리산 노고단의 해돋이 사진과 합성했다. [사진=김성룡·이정권 기자]

2007년이 저물어간다. 새해가 코앞에 다가왔다. 일에 지친 부모, 공부에 물린 아이 모두 새해맞이에 설렐 때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한 해를 시작해 보자. 근사한 동해안 펜션에서 맞는 일출을 생각할 수 있다. 새벽 산길을 헤치고 올라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쳐가며 맞는 새해 또한 각별할 것이다. 가족 간 화합이 절로 생긴다. 하지만 ‘해맞이 산행’은 준비 없이 나섰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등산 도중 다치거나,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나섰다가 기분만 상할 수도 있다. ‘자녀와 함께하는 해맞이 산행’ 요령을 등산 전문가로부터 들었다

#아이에게는 설득이 먼저

등산은 독립심을 키워주기에 좋다. 산길이 아무리 힘들고 험해도 스스로 이겨나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등산로에서 만나는 들꽃과 풀·나무, 그리고 새와 동물 등을 보며 생태공부를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하지만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아이들에게 등산을 강권하는 것은 금물이다. 억지로 산에 데려갔다가는 평생 등산을 싫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해 준다. 비교적 경사가 급하지 않고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얕은 산에 가면서 보물찾기를 해보는 것이 한 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선물 목록을 적어 곳곳에 숨겨 놓은 뒤 하나씩 찾으며 등산을 하는 것이다. 보물 쪽지는 접근이 쉬운 곳에 두고 아이에게 살짝살짝 힌트를 줘가며 산행에 나선다. 산을 꺼리는 아이라면 해맞이 산행 며칠 전부터 동네 야산 같은 곳에서 적응 기간을 갖게 하는 것도 요령이다. 식물도감이나 동물도감, 생태학 관련 자료를 미리 읽어 보고 등산할 곳의 특성을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등산 과정이 훨씬 즐거워진다.

#새벽길엔 준비물 꼭 챙기세요

해맞이를 하기 위해선 장소 선택이 중요하다. 붉은 태양을 보며 동해안도 조망할 수 있는 산이 제격이다. 각 지자체 홈페이지 관광정보 코너에서 장소별 장단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강원도 강릉에서 무자년의 첫 해가 돋는 시각은 오전 7시40분 무렵. 대개 해돋이를 보기 1시간 전쯤 도착한다는 생각으로 등반을 시작해야 한다. 해 뜨기 전에 등산을 시작해야 하므로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있다. 새벽녘이 낮보다 추우므로 보온과 바람막이에 더 신경써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외에도 꼭 챙겨야 할 품목은 헤드램프다. 헬멧이나 모자에 부착할 수 있는 것을 고른다. 제품을 고를 땐 전지를 몇 시간이나 사용할 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산행 중 갑자기 불이 꺼지면 낭패다. 보통 램프에 일반 알칼라인 건전지를 사용할 경우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알칼라인 건전지는 전지 소모에 따라 불빛이 흐려지고 추위에 약하다. 전력 소모가 적고 일반 건전지를 이용해도 밝기가 저하되지 않는 LED 램프를 쓰는 게 편리하다.

#아이가 부모보다 빨라요

대개 부모들은 산에 처음 데리고 나온 아이가 자신보다 날쌔고 지치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놀란다. 하지만 등산 전문가들은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아이들은 체구가 작아 상대적으로 체력 손실이 적고 작은 몸집으로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와 함께 산에 오를 땐 아이에게 주의를 줘야 한다. 앞서 가더라도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일정한 목표를 먼저 짚어주고 그곳에서 뒤따라오는 부모를 기다리게 해야 한다.

등산 초보자는 산에서 감기에 걸리기 쉽다. 특히 휴식 시간을 조심해야 한다. 등산 도중 휴식은 ‘몇 분 정도가 좋다’보다 각자의 체온에 맞춰야 좋다. 아이의 상태를 봐가며 휴식 시간을 정하되, 몸의 열기가 식지 않을 정도로만 쉬어야 한다. 등산 수칙 중 하나인 ‘걸을 땐 벗고 쉴 땐 입을 것’을 엄수한다. 등산복을 두꺼운 옷 하나로만 하지 않고 겹쳐 입는 이유이기도 하다.

겨울 산행에서 체온 유지를 위해 중요한 것은 모자와 장갑이다. 체열을 가장 많이 뺏기는 곳이 머리이므로 모자는 반드시 쓴다. 아이들은 눈 쌓인 산길에서 눈 장난을 하다 장갑이 젖기 쉽다. 손은 혈액순환이 가장 느린 곳이기 때문에 보온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젖은 장갑을 낀 채 추위에 노출되면 동상에 걸릴 수 있어 장갑은 항상 건조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여벌의 장갑을 준비하면 좋다.

강승민 기자,사진=김성룡·이정권 기자
도움말=원종민 차장(코오롱 등산학교), 촬영 협조=코오롱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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