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풍수연구가 몰려 … 덕실마을 '이명박 특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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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고향 마을인 경북 포항시 흥해읍 덕실마을이 최근 관광객들이 몰려와 활기를 띠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24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고향마을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1리 덕실마을. 손자 김성오(9.초등 1)군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순복(52)씨는 "노력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싶어 손자의 손을 이끌고 왔다"고 말했다.

평일이지만 당선자의 4촌형수 류순옥(76)씨가 살고 있는 이 당선자의 고향집에는 관광객과 풍수 연구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집 앞에는 '제17대 대통령 당선자 고향집'이란 팻말이 붙어 있다.

이들은 방명록에 당선 축하 글을 남기거나 기념사진을 찍고 당선자의 어린 시절 등에 대해 물었다. 류씨는 이들에게 물.커피.귤 등을 대접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초가를 블록과 기와로 개조한 집 거실 벽에는 이 당선자가 마을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5장이 걸려 있다. 22~23일엔 전국에서 관광버스.자가용을 타고 온 관광객들로 마을은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당선자의 조카 이귀형(44.여)씨는 "당선 이후 지금까지 2000여 명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을 앞 논에 임시주차장을 만들어 놨으며, 관광객에게 이 당선자의 어린 시절을 들려주거나 경주 이씨 입향조(마을에 처음 터를 잡은 조상)를 추모하는 이상재(履霜齋), 조상이 공부하던 담화정(湛和亭) 등을 안내하고 있다.

고향집 앞에는 밤.어묵.빵 등을 파는 포장마차까지 등장했다. 포장마차 주인 박영현(45.부산 거주)씨는 "지난 주말엔 포장마차 3대가 와서 경쟁했다"며 "수입이 짭짤하다"고 말했다.

풍수 연구가들의 방문도 잇따른다. 5년째 풍수지리를 공부 중인 강모(49.경주시 천북면)씨는 "마을 자리로는 좁은 편이지만 종을 덮어 놓은 모양의 고주산(주산) 등으로 미뤄볼 때 부와 명예를 가진 큰 인물이 날 만한 자리"라고 평했다.

포항1대학에서 풍수지리를 강의하는 정기환(58)씨는 "풍수연구가에게 이 당선자의 조부와 증조모 묘소를 안내한다"며 "이들 묘소는 후손이 집안을 일으키는 천명을 받는 자리인 회룡고조형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들 묘소는 덕실마을에서 4㎞쯤 떨어진 신광면 만석리에 있다.

22일엔 당선자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누나 이귀선(79)씨가 찾아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마을엔 이 당선자의 문중(경주 이씨)인 6촌동생 이상욱(61), 8촌형 이상근(71), 8촌동생 이상용(55)씨 등이 살고 있다.

포항시는 고향 마을과 연결되는 국도 7호선 흥해읍 마산사거리 등 16곳에 안내 표지판을 설치했다. 또 관광객을 위해 사진과 성장 과정 등을 소개하는 글을 담은 패널을 설치하기로 했다.

마을 이장 이덕형(55)씨는 "고향 마을을 찾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많다"며 "방문객이 불편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항=황선윤 기자

◆덕실(德室)마을=국도 7호선 변 흥해읍에서 6㎞ 떨어진 오지 마을이다. 31가구 60여 명이 살고 있다. 조선시대 때 전국에 가뭄이 들었을 때 덕이 있는 사람이 많아 마을의 샘이 마르지 않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덕실마을로 불린다.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한 이 당선자는 광복과 함께 귀국해 이곳에서 3~4년 살다 포항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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