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쓰면 뱉는 간호사 夜勤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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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양대학병원의 간호사들이 근로기준법을 내세워 야간근무를 할 수 없다고 나섰다.문제의 근로기준법 56조는 「여자와 18세미만자는 오후10시부터 오전6시까지 근로시키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다만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을 경우 가능토록 돼있다.한양대 병원도 이미 오래전 2백70여명의 연명으로 야간근무동의서를제출했고,노동부도 이를 인가했다.그런데 간호사들이 지금 와서 당시의 동의서제출을 무효화했으니 노동부 장관의 인가도 취소해야한다는 청원을 냈다.
우리는 이번 한양대병원 간호사들의 야간근무 거부사태를 보면서첫째는 노사문제의 접근방식이 자신들의 이해와 편의에 따라 고무줄처럼 해석하는 식이 개탄스럽고,둘째는 그런 법해석의 소지를 남겨두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법은 차제에 개정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먼저 현행법 테두리에서 볼 때도 한양대간호사들 주장에는 억지와 무리가 있다.병원의 야간업무란 필수적 제도장치다.이미 야간근무를 전제로 병원에 들어와 놓고는 지금 와서 새삼 병원의운영체제및 제도를 거부하는 행위는 사규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본다.특정 개인의 부득이한 야간작업 거부라면 양해될 수 있지만 병원의 필수적 제도자체를 거부하는 행위는 反의료행위라고 볼 수있다. 또 문제의 법규는 어디까지나 여성근로자들을 보호한다는 법정신에서 제정되었지만 이런 식으로 악용한다면 여성의 고용기회를 스스로 축소하고 직장내에서 여성들의 입지를 좁히는 기능을 하게 된다.여성들 스스로 고용평등을 법으로 주장하고 실 제로 보장받으면서 여성의 생리휴가는 반드시 유급이어야 하고 귀찮은 밤일은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면 직장의 여성고용의욕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어서는 안된다.청원 자체를 철회하는게 가장 합리적 대응방법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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