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변신노력 활발-中企 직접수출 늘어 대행물량 급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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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이상 해외에 내다팔 물건이 없다」-.
요즘 종합상사 영업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올해 전체 수출은 목표치를 몇차례나 높여잡을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막상 종합상사의 수출은 벽에 부닥치고 있다는 이야기다.국제화시대를 맞아 조그만 중소제조업체까지 직접 수출에 나섰기 때문이다.중소업체들은 자금.마케팅등 수출할 능력이 없어종합상사에 맡기던 예전과 달리 바이어와 직접 부닥쳐 수수료도 아끼고 회사 규모도 키우게된 것이다.종합상사로서는 수출대행 물량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종합상사 직원들은 이때문에 『70년대 수출의 견인차였던 종합상사가 이제는 사양업종으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같은 위기감속에 업체마다 기존의 영업방식은 물론 회사 전체구조까지 아예 바꾸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지금까지의 단순한 상품수출 대행에서 벗어나 프로젝트와 플랜트등 일반 제조업체에서 취급하기 어려운 분야로 손을 뻗고있다.마진이 수출대금의 1%를 밑도는 상품수출보다는 플랜트분야등은 3~5%까지 기대할수 있기 때문이다.유통업 등보다 안정적인 내수분야의 진출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종합상사의 이같은 구조개편은 올들어 이미 본격화됐고 종합상사출범 30년을 맞는 내년에 어느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구조 악화=국내 최대 종합상사인 삼성물산의 올해 수출 예상치는 1백18억달러.목표치보다 18억달러나 많은 것이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의 올해 예상실적은 53억달러.지난해보다78%가 늘었고 이회사 전체 수출의 45%나 된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수출은 대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가전제품은 17억3천만달러로 작년보다 2.7% 줄어든것을 비롯,섬유류 29.4%,철강 17.2%,선박도 18.3%가 감소됐다.
이같은 고민은 다른 종합상사도 마찬가지다.종합상사의 주요 수출품목이었던 철강은 내수활황으로 업체마다 20~30%까지 줄었다.섬유류는 가격경쟁력이 나빠져 갈수록 팔기가 어렵다.
이때문에 삼성물산과 럭키금성상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합상사들이 올해 수출목표도 채우지 못할 상황이다.수익성도 지난해보다 나빠졌다는 분석이다.
◇조직개편=㈜선경은 지난10월 전무7명을 전원 사장보좌역으로발령내 결재라인을 대폭 줄였다.또 플랜트본부를 1개에서 2개로늘리고 프로젝트본부를 신설했다.
㈜쌍용도 비슷한 시기에 프로젝트팀을 신설하고 팀제를 도입하는내용으로 조직개편을 했다.
효성물산도 최근 팀제를 전면 도입했고,삼성물산도 프로젝트와 화학분야 조직을 일부 고쳤다.삼성은 그룹차원에서 해외조직을 개편했다. 이들 업체의 조직개편 이유는 한결같이「영업력강화」와「비용절감」이다.비영업부서 명칭도 대부분「관리」에서「지원」으로 바꿨다. 럭키금성상사가 직속상관에게 인사고과의 전권을 주기로 제도를 바꾼 것도 영업력강화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규사업진출=올들어 유통사업부를 80여명으로 늘려 내수업 진출을 가시화한 삼성물산은 이미 농수산물 도매등에 관해 상당한조사를 해놓은 상태다.효성물산도 최근 사내에 유통과 외식팀을 신설했다.
㈜대우와 삼성물산등은 이미 수년전부터 비디오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멀티미디어사업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모두 내수분야 사업들이다.
수익성이 악화돼 남는 것이 없는 수출보다는 내수영업을 강화해수익성도 높이고 안정된 영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 종합상사는 수출보다 내수비중이더 크다』며 『국내 업체들이 일본 종합상사를 모델로 회사를 키워온만큼 앞으로도 내수분야를 더 강화할것』이라고 말했다.
〈柳奎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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