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 국정운영 잘할 것" 8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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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교수

대선 판세와 패널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석이 개헌 가능선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자를 선택하고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유권자가 40.7%다. 이들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고정 지지층'이다. 여기에 이 당선자를 찍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속한 정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당 지지층' 11.8%가 있다. 이회창 후보를 선택했지만 보수정당 창당에 반대하는 '회귀층' 2.5%도 포함해야 한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55%쯤으로 집계된다.

한 가지 더 고려할 것이 있다.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라 다수 득표 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과거 총선을 분석한 결과 다수 득표 1위 정당은 의석수에서 10.5% 정도 이득을 봤다. 한나라당이 전체의 65%가량 의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당 지지에 따른 비례대표도 감안해야 한다. 한나라당 지지가 50%에 가깝기 때문에 전체 53석 가운데 27석 정도가 가능하다. 결국 국회의원 정수 299명 중 185석을 얻어 62% 안팎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대선 직후의 여론조사에 근거했고 선거까지는 100일 넘게 남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표의 집중도가 중요한 총선에선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율보다 선거구별 지지가 의석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변수다.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범여권의 득표 노력과 이회창 전 총재의 창당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천 과정에서 한나라당 내부 갈등이 심해지면 후보 난립으로 표의 분산이 생길 수도 있다.

서현진 성신여대 교수

유권자의 이념성향 보수화는 이번 대선 패널조사에서 가장 특징적 현상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이념성향에 대해서도 과거에 비해 보수적이라고 평가하는 응답이 많아졌다.

반면 정동영.이회창 두 후보의 이념성향에 대해서는 큰 변화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성향과 가장 비슷한 후보를 이 후보로 인식했고, 결국 이런 인식이 이 후보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보수 유권자 중 이 후보 지지자는 1차에서 5차까지 계속 증가했다. 진보 중 34.2%가 이 후보에게 투표한 반면 보수 중엔 62.1%가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선거기간 동안 이 후보 지지자의 이념성향을 추적해보면 1차에서 보수 비율은 28.9%에 불과하지만 2차 32.7%, 3차 40.6%를 거쳐 6차에선 51.3%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명박 후보는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이명박 후보가 여론의 보수화 추세에 따라 전략적으로 이동했을 수 있다. 혹은 진정한 보수를 자처하는 이회창 후보의 공격이 거세지자 이명박 후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보수 유권자 결집에 주력한 결과일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사회 전반적 보수화와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일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갖고 정책과 업무를 추진한다고 믿을 경우 국민 대다수가 아낌없는 지지를 보낼 것이다. '허니문' 시기 이후 정책적 기반이 될 수 있는 동시에 정국 안정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

정한울 EAI 연구원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초당파적 기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당선자가 국정운영을 잘할 것이란 점에 대해 86.3%가 동의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도 83.5%가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 정책에 대해선 냉정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현실적이다. 이 후보 당선으로 경제 양극화가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란 응답이 46.4%, 노사관계가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39.6%였다. 집값 문제가 안정될 것이라는 응답과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란 응답은 합해도 40.2%에 불과했다.

특히 사교육비 문제와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냉담하게 평가하고 있다. 각각 20.3%, 22%의 응답자만이 현 정부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고, 나머지는 별로 달라질 것이 없거나 나빠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총론에서는 이 당선자에 대해 크게 기대를 하면서도 구체적 쟁점에선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새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전반은 물론 구체적인 정책 영역에서도 일관되게 기대를 보였던 과거 여론조사와 다른 모습이다. 과거 정권에서 맹목적 기대가 더 큰 실망으로 이어졌던 경험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이런 점이 이명박 당선자에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 당선자가 강조하는 실용노선은 맹목적 기대와 무조건적 불신 속에서는 꽃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선거 시기에 내놓았던 공약을 냉정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국민이 생각하는 기대 수준에 맞춰 실현 가능하도록 다듬어야 할 때다.

◆어떻게 조사했나

중앙일보-SBS-EAI-한국리서치가 공동 수행한 대선패널 마지막 6차 여론조사는 20~21일 실시됐다. 전국의 만 19세 이상 유권자 2111명을 대상으로 했다. 올 4월 1차 조사 때의 표본수 3503명을 기준으로 60.3%의 패널 유지율을 기록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의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1%포인트다.

◆대선패널 여론조사팀 명단

동아시아연구원(EAI)=김병국(원장.고려대).이내영(팀장.고려대).강원택(숭실대).권혁용(고려대).김민전(경희대).김성태(고려대).박찬욱(서울대).서현진(성신여대).이현우(서강대).임성학(서울시립대).진영재(연세대) 교수, 정한울.이상협 연구원, 중앙일보=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SBS=현경보 차장, 한국리서치=김춘석 부장.박종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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