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리포트] 온라인 펀드 판매 선도 … 내년 실적도 ‘맑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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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반적으로 같은 업종의 경쟁사를 공개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다르다. 경쟁사가 상장기업이라면 때로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매수를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 투자자가 바로 고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증권업계의 파이어니어(개척자)’. 동부증권이 최근 기업보고서에서 업계 경쟁 상대인 키움증권을 평가한 표현이다.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은 2000년 5월에 생긴 후발 증권사다. 하지만 당시 0.025%라는 업계 최저 수수료를 무기로 온라인 주식중개 업무를 시작해 업계에 화제가 됐다. 일반 증권사들이 지점에서는 0.5%, 온라인에서는 0.1% 안팎의 수수료를 받던 시점이었다. 덕분에 키움증권은 단숨에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2004년 4월 코스닥에 오른 뒤, 이듬해 말 주식중개 점유율 10%를 넘겨 업계 1위에 올랐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증권사인 만큼 지점이 없다. 계좌개설과 입출금은 시중은행을 통해서, 주식거래는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통해 개인이 직접 처리한다.

이 같은 저비용 구조 덕분에 지금껏 적자경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제조업체의 매출에 해당하는 영업수익이 창업 첫해 646억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60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영업수익 5725억원, 당기순이익 1063억원이 예상된다. 올해 급성장한 펀드시장도 키움증권으로선 호재다. 올 하반기부터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펀드몰 시장을 키움이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부터 시작한 해외증권거래서비스도 시장점유율이 35%에 달한다.

실적은 곧 주가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2만7000원대이던 주가는 6월 한때 10만1300원까지 올랐다. 최근에는 다소 떨어져 21일 6만3500원으로 장을 마쳤지만, 그래도 연초 이후 상승률이 130%를 넘어선다.

동부증권은 “대형 증권사들이 자체 수익을 희생해 가며 본격적으로 수수료 할인 경쟁을 벌이지 않는 이상은 키움증권의 점유율 확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0만원을 제시했다.

삼성증권도 “키움의 신규 고객이 20, 30대 중심의 젊은 층이고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경제력과 자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식중개 부문의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9만5000원.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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