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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엔 어떻게 펀드 굴릴까 … 高手 4인방의 조리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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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첩하고 영리한 녀석이다.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다산(多産)과 풍요(豊饒)의 상징이기도 하다. 재앙을 간파하는 고성능 레이더도 지녔다. 바로‘쥐’ 얘기다.

투자도 그렇게만 하면 금세 주머니가 불룩할 게다. 마침 2008년은 무자년(戊子年) 쥐띠 해다. 올해는 황금돼지띠의 해답게 짭짤한 펀드 수익률로 세밑이 따뜻한 투자자가 많다. 그래서 새해에 거는 기대는 더 크다. 새로 취임할 경제 대통령도 풍년가를 약속했다.

그러나 마음을 푹 놓기엔 이르다. 20년 만의 인플레 시름, 점점 힘을 잃는 미국 경제, 중국의 긴축…. 나라 밖 풍랑이 심상치 않다. 연초 방향타를 잘 잡아야 좌초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장안의 고수로 통하는 ‘펀드 애널리스트’ 4인방에게서 신년 아침의 돈맞이 대응법을 들어봤다.
 
왕소금 대신 맛소금

연 57%. 콧노래가 절로 나올 투자 수익률이다. 꼭 1년 전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디스커버리 펀드에 올라탔다면 이렇게 ‘대박 열차표’를 거머쥐었을 것이다. 왕소금처럼 짭짤한 성적을 거둔 펀드는 한둘이 아니다. 삼성투신의 배당주 장기주식 펀드와 한국운용의 내비게이터 펀드도 50% 안팎의 수익률로 보답했다. 봄부터 여름까지 활활 타오른 불꽃 장세가 씨앗이었다. 물 건너에선 중국 펀드가 60~70%에 이르는 알토란 수익을 뽐냈다. 올 들어 해외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40%에 이르렀다.

그러나 내년엔 맛소금 정도로 입맛을 맞춰야 할 것 같다. 고수 4인이 제시한 ‘예상 수익률’은 연 10~30%대로 약속한 듯 일치했다. <그래픽 참조>

올해가 유별났던 만큼 내년엔 눈높이를 낮추라는 주문이다.

대선 뒤 경제와 주가가 살아난다는 기대감으로 충만한 시장과 사뭇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대로 기업들의 기(氣)가 되살아나고 내수 활력을 되찾으면 주가와 펀드도 덩실덩실 춤출 수 있다.

펀드 과녁에 꽂을 실탄도 아직 넉넉하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팀장은 “현재 113조원인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40% 늘어 15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많이 줄었다곤 해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아직 400조원으로 많다. 이런 돈이 대박 꿈을 품고 펀드로 들어와 수익률 사냥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수익률 전망이 한풀 꺾인 이유는 뭘까. 호재는 미들급, 악재는 헤비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팀장은 “국내 성장형 펀드의 수익률을 15~20%로 예상한다”고 했다. 코스피 지수가 1700~2300포인트를 맴돈다는 밑바탕 아래서다. 그는 “내년엔 미국 경기 둔화와 달러 약세로 대미 수출기업들의 부진한 성적이 우려된다”고 했다. 주가도 이런 그늘에서 덜 자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해외 쪽도 비슷하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위원은 “중국 같은 신흥시장들이 급등한 뒤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과정”이라며 “2008년엔 시장마다 주가 움직임이 차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련기 요리법

짭짤함 대신 싱거워질 시장에 맞서려면 조리법도 바꿔야 한다. 새로 펀드에 들어가려는 투자자라면 더욱 그렇다. 제철을 만나 물 오른 펀드를 여럿 골라 잘 버무리는 게 최선이다. 문제는 깨소금 맛 나는 펀드를 찍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수들도 망설인다. 올해 아픈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리츠 펀드와 일본 펀드를 사라”고 외쳤지만 수익률은 참담했다. 두 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이 각각 마이너스 9~8%에 이를 정도로 쑥대밭이다. 시장 안개가 더욱 짙어질 내년엔 이런 모습이 재현될 가능성이 더 크다.

애널리스트 4인방은 내년 펀드시장을 주도할 효자로 미래에셋의 ‘인디펜던스·디스커버리’와 삼성투신의 ‘당신을 위한~’ 시리즈를 많이 꼽았다. 올 들어 일품의 맛을 낸 터줏대감 격 펀드들이다. 신영투신의 ‘마라톤’과 한국밸류운용의 ‘10년투자’처럼 가치투자 펀드도 입에 올랐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팀장은 “내년에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 단기 시황에 상관없이 내재가치·자산가치를 보는 펀드들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해외펀드는 ‘중국의 퇴조’가 엿보였다. 식지 않는 거품 논란과도 무관치 않다. 중국에 단독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주목한 고수는 한 명뿐이었다.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원자재·에너지 대국인 브러시아(브라질+러시아) ▶오일 머니로 진수성찬이 기대되는 중동·아프리카 ▶이들의 비빔밥으로 브라질·러시아·남아공·한국 등에 투자하는 그레이트이머징 펀드를 주력 상품으로 꼽았다. 여러 지역에 자산을 배분하는 ‘퓨전형 펀드’는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를 시발점으로 내년에도 줄줄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펀드로 1억원짜리 투자 보따리를 짤 때도 황금분할 철칙이 고수됐다. 예컨대 국내 주식형 펀드엔 5000만~6000만원을 넣되 성장형·가치형·배당형 등으로 돈을 쪼개라는 권유였다. 해외펀드도 종자돈의 30% 이상을 넘게 넣으라는 단일 상품은 하나도 없었다.

나아가 고수들은 “주식형펀드를 보완할 ‘대안 펀드’도 꼭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가 변덕에 덜 민감한 ‘인프라 펀드’ 같은 섹터형 상품을 10%가량 포함하라는 얘기다.
 
채권을 감미료로

눈에 띄는 건 ‘채권’에 대한 언급이었다. 총 금융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짤 때 채권형펀드를 편입하라는 조언 이었다.

물론 지금 채권 맛은 쓰디쓰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이 떨어지면서 채권형 펀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올해가 그랬다. 채권형펀드에서 자금이 우수수 이탈했다. 더구나 치솟는 물가는 내년에 금리 인상 빌미를 제공할 복병이다.

그러나 4인의 애널은 “증시 악재가 쌓이면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내년 새 정부 첫해에 경기를 살리려면 뛰는 금리를 마냥 보고만 있기도 어렵다. 한국투자증권 박승훈 부장은 “금리 고점이 확인되면 채권형 상품 수익률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채권의 고수’인 동양종합금융증권 김병철 상무는 “금리가 7∼8부 능선에 올랐다”며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떨어지면 2분기부터 금리가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애널들은 채권형펀드 비중을 총자산에서 대략 5%포인트 정도만 늘리라고 조언했다. 금리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큰 만큼 당분간은 투자 보따리 내 균형을 맞추는 감미료로 활용하라는 뜻이다.

밥 짓다 죽 쑤지 않으려면

올해엔 펀드를 조리하다 죽을 쑨 투자자들도 숱했다. 상황이 나빠진다는 내년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만하다.

고수 4인방이 꼽은 최악의 사례는 ‘중국펀드 고점 투자자’였다. 서울의 김모(45)씨는 1년 넘게 옆걸음하다 올 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국내 주식형펀드를 환매하고 리츠·물 펀드를 샀다가 재미를 못 보자 10월 급등의 절정기에서 중국펀드에 들었다. 중국펀드들이 많이 투자하는 홍콩 H지수는 그 뒤로 지금까지 27% 가량 급락했다. 10월 중국펀드에 들어간 돈은 5조원에 이른다. 올해 총 14조원이 몰렸는데 꼭대기에서 37%가 몰린 것이다.

오죽하면 ‘펀드도 3개월 단타’라는 씁쓸한 유행어가 나왔을까. 1분기 리츠·일본 펀드→2분기 물·섹터 펀드→3분기 중국 펀드→4분기 브릭스·인사이트 펀드로 ‘돈의 쏠림’이 일어난 게 사실이다. 미국에선 펀드를 3년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절반을 넘는다.

내년에도 어떤 펀드가 기린아로 부상할지 모르지만 한바탕 호들갑을 떨 때쯤이면 상투일 수도 있다. 미리 여러 펀드로 돈을 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위원은 “5개 펀드에 투자해 모두 수익을 얻기는 매우 어렵다”며 “서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펀드를 골라 수익이 꾸준히 나게 하는 게 첩경”이라고 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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