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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핵심 브레인에게 듣다 ‘실용정부’의 경제·정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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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06면

강만수(上),홍준표(中),유우익(下) [최정동 기자]

경제

“선진국에 없는 재벌 규제 모두 풀 것”

‘이명박 정부’ 의 최대 숙제는 경제 살리기다. 이 당선자는 7% 성장을 약속했다. 성장의 키는 대기업이 쥐고 있다. 대기업이 투자해야 일자리가 생긴다. 그래야 소비가 늘어 경제가 돌아간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성과는 대기업 정책의 승패와 직결되는 셈이다. 그 점에서 이 당선자의 이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당선자는 현대 시절 오너였던 고(故)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파트너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던 최고경영자(CEO)였다. 이 당선자는 대기업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체험했다.

이 당선자의 경제 브레인인 강만수 전 재정경제원 차관은 “이 당선자는 기업친화적이다. 기업이 신이 나 투자하고 뛰지 않으면 7%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 당선자는 어떻게 하면 기업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불확실성을 확실히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불법 파업이나 정치적 파업은 일절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당선자는 현대 시절에도 그런 입장을 확실히 취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의 대부분은 재벌이다. 이 당선자가 누구보다 재벌의 장점과 약점, 행태를 숙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재벌정책도 관심사다.

강 전 차관은 “이 당선자는 재벌관이 따로 없다. 기업관에 포함돼 있다”면서 “스스로 잘하는 기업은 세금만 잘 내면 간섭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 진영에선 “이 당선자가 재벌들에게 시간을 주고 재벌 스스로 총수 1인 지배, 비합법적 상속 등의 문제를 넘어 보다 선진화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강 전 차관은 재벌의 지배구조에 대한 이 당선자의 입장을 묻자 “재벌 스스로 선택할 문제며 정부가 강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특별한 언급도, 논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대선 10여 일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 비자금 특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주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본다. 내년 경제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닌데 한국의 대표적 기업이 이런 것으로 오랫동안 시달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음은 강 전 차관과의 일문일답.

-현행 재벌 규제는 어떻게 하나.

“경쟁국에 없는 규제는 다 풀어준다는 구상이다. 출자총액제한제를 없애고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한다는 언급은 그 같은 구상에서 나왔다.”

-금산분리 완화 입장에 대해 비판도 많은데.

“은행을 특정 재벌에 줄 생각은 없다. 예컨대 10개 그룹이 10%씩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수하게 하면 재벌의 사금고화를 방지할 수 있지 않겠나. 또 기업은행 민영화도 중소기업자 100명이 0.2%씩 기업은행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이미 7대 은행 중 6개 은행의 대주주가 외국인인 상황에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판 것처럼 통째로 외국자본에 넘길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인식이 있다. 국내 자본이 은행 지분을 갖도록 하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재벌에 대한 당선자의 인식은.

“재벌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선수로)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고, 정부는 재벌들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이 당선자는 기업의 불안을 잘 안다. 경영권 보호장치가 없어 불안감 때문에 기업들이 현금을 들고 있다. 기업들이 300조원의 사내 유보를 들고 있는데, 그것만 투자해도 7% 성장이 가능하다. 선진국에 있는 경영권 보호장치를 도입해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공부문 개혁은.

“당선자는 공공부문이 비대하고 방만하다는 인식이 깊다. 당선자는 그렇다고 인원을 인위적으로 ‘자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대신 다른 일을 시킨다.”

-공기업 CEO 인사는 어떻게 바뀔까.

“전문경영인 시스템이 도입될 것이다. 정부가 꼭 가지고 있어야 할 공기업엔 민간 방식으로 전문경영인을 내보낼 것이다. 전문성 없는 인사를 감사로 내려 보내는 낙하산 인사 관행은 확실히 끊을 것이다.”

정치
“국회의 극한 대립 막을 선거구제 개편 등 개혁 불가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집엔 정치 분야가 없다. 낙후된 한국의 정치 시스템을 어떻게 할지,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 권력기관들을 어떻게 할지 등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명확히 해놓은 것은 정부 조직 개편 필요성뿐이다. 그러나 정치 분야는 ‘이명박 정부’의 최대 논쟁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이 불씨를 지핀 개헌 논의가 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는 TV토론회에서 “바뀐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도록 헌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논의를 17대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시작해 임기 초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선대위의 클린정치위원장을 지낸 홍준표 의원은 “이 당선자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정부와 국회제도의 틀을 선진국 수준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며 양원제, 중대선거구제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관건은 이 당선자의 의중이다. 홍 의원은 “이 당선자는 실용주의자인 만큼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농림부와 해양수산부, 환경부와 건교부, 노동부와 복지부, 통일부와 외교부, 교육부와 과기부를 서로 통합하고 행자부를 폐지해 현행 18부를 12부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을 주장했다.

-개헌 등 정치 개혁 구상은.

“이 당선자 재임 중 개헌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옳다. 4년중임제가 맞다고 본다. 이번에 ‘이명박 특검’을 둘러싸고 국회의 극한 대립을 봤기 때문에 이 당선자는 충돌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거다.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등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상·하원을 두는 양원제도 한 방안이다. 양원제가 되면 정당과 지역집단 충돌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피할 수 있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는 그동안 중대선거구제에 부정적이었는데.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당선되고, 영남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 당선되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 지금까진 (야당으로서) 지역구를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이 있었다.”

-정부 조직 개편은.

“영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정부 부처를 축소했다. 한국도 축소해야 한다. 한국은 규모에 비해 장관 수가 너무 많다. 게다가 부처가 너무 많아 일이 합리적으로 되지 않는다. 한 예로 물 관리 일원화 방안도 지금 10년째 만들고 있다.”

-권력기관에 대한 입장은.

“국정원이 대테러기관·국가안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역할과 기능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하는 일은 그에 못 미쳤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나는 현재 행자부 소속인 경찰청이 법무부 산하로 가면 검찰과 경찰의 충돌이 없어진다고 본다. 경찰이 법무부 밑으로 가면 일정 부분 독립적인 수사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운하
“한반도 대운하 건설 일정 꼭 공약에 구속될 필요 없어”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건설족’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국토 개조’는 썩 잘 어울린다. 그 핵심이 한반도 대운하다. 이 당선자의 국토 개조 구상의 최고 브레인은 지리학 권위자인 유우익(국제전략연구원 원장) 서울대 교수다. 한반도 대운하는 10여 년 전 두 사람의 만남에서 무르익었다. 유 원장은 목포와 부산을 잇는 남해안 선벨트를 만들고, 충청권·호남권·동남권 등 광역경제권을 형성하고 그 사이를 경부운하와 호남운하가 지나가는 국토 개조 구상을 소개했다. 유 원장은 “이 당선자는 운하를 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그러나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조건 일방적으로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진 운하가 정치적 다툼의 대상이 돼 이 당선자를 지지하면 운하 건설을 찬성하고, 이 당선자를 반대하면 운하도 반대해왔다”며 “경제적이고, 안정되고, 건강한 운하를 만들 수 있도록 국내외 전문가들이 내용을 보완하고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고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약엔 2008년 중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고 2012년 말 경부운하 건설을 완료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그 일정에 구속될 필요가 없다. 그 일정은 모든 게 순조롭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논의와 설득,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국민이 설득되고 최소한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사도 쉽고, 수질 개선이 시급한 호남운하는 임기 내에 해야 한다. 호남운하가 개통되면 국민이 운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환경 파괴 우려 등 경부운하에 대한 반대 의견이 더 많은데.

“모델이 없는 것을 시도할 때는 반대가 더 많다. 청계천 복원도 처음엔 찬성이 20%대에 불과했다. 이미 독일·벨기에·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선 다 운하를 했다. 우리만 강에 배가 없다. 운하를 하되 최소한 세 가지는 충족돼야 한다. 친환경적이어야 하고, 식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며, 국민 세금은 한 푼도 안 쓴다는 점이다.”

-세금을 쓰지 않고 할 수 있나.

“민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네덜란드대사관과 운하회사가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고, 두바이에 투자한 중동 자본도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운하나 남해안 선벨트 건설 등이 노무현 정부처럼 지방 부동산 값을 폭등시킬 우려는 없나.

“운하가 지나가는 곳 대부분이 국유지다. 그렇다 해도 터미널이 들어서는 곳 주변 일부에 부동산 가격이 오를 소지가 있다. 또 선벨트 등 새로 산업이 들어서는 일부 지역의 땅값이 뛸 수 있다. 그때는 제도적인 투기 봉쇄 장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강제로 정부기관을 이전시키려는 노무현 정부처럼 반시장적이고 강제적인 정책은 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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