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관료주의를 어떻게 없애야 하나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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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22면

잭 웰치(72·오른쪽)는 전설적인 경 영인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를 20년간 맡았다. 웰치의 아내인 수지 웰치(48·왼쪽)는 세계적 학술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Q:어떻게 하면 조직 내에서 관료주의 피해를 없앨 수 있을까요?(카리브해 바베이도스서 제임스 모스-솔로몬)

리더가 ‘끝없는 전쟁’을 벌여야

A:관료주의 피해라고요? 조직을 죽인다고 말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관료주의는 조직 내 생명력을 앗아 버리고, 정상적인 사람을 규정에 찌든 관료로 만들어 버리기 일쑤입니다. 이런 문화에서 회의를 하면 책임 회피적인 말솜씨를 자랑하는 자리로 변해 버립니다. 조직의 경쟁력을 고사시킨다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이 관료주의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바로잡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관료주의는 도전하는 사람의 진을 다 빼놓아 다시는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참고 넘어갑니다. 관료주의라는 게 한 사람이 맞서 싸우기 힘든 괴물인 것입니다.

따라서 리더가 관료주의를 제거하겠다고 선언한 뒤 행동으로 직접 보여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관료주의를 제거하겠다고 선언하는 일은 암이나 마약을 상대로 전쟁을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전쟁을 개시하는 순간 비즈니스 리더는 완벽한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겁니다. 끝이 없는 전쟁이라는 점도 직감할 것입니다.

모든 구성원은 관료주의를 싫어합니다. 그런데도 관료주의는 조직 내부에서 맹위를 떨칩니다. 따라서 진정한 리더는 먼저 조직원들이 스스로 관료주의를 흔들도록 해야 합니다. 이 길만이 조직원들이 당신의 진정성을 믿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이같이 신뢰를 확보한 뒤 관료주의에 대들어 싸워야 합니다. 쓸데 없이 절차를 만드는 사람이 눈에 띌 때마다 비판해야 합니다. 자리에 앉아 거드름 피우는 사람은 솎아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논쟁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좋은 말만 골라 하는 분위기를 깨야 합니다.

잔인해지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관료주의에 경각심을 갖고 분노하도록 해야 합니다. 딱딱한 분위기가 너무 싫어 자리를 박차고 나서 “그것은 늘 해왔던 방식 아니오!”라고 외치도록 해야 합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슬라이드를 돌리는 형식적인 주제발표는 막아야 합니다. 아이디어가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흐르도록 해야 합니다. 임직원들이 회의실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말문을 열도록 해야 합니다. 통찰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관료주의 행태를 보이면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리십시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신명 나게 일하는 사람이 보상받는 조직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알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임직원에게 아이디어를 실천하려다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관료주의를 무너뜨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기회를 자주 주는 것도 문제입니다. 잘나가는 임직원에게 아주 위험천만한 프로젝트를 맡기며 “담장을 뒤흔들어 봐!”라고 말하면 조직은 순식간에 생기로 가득해집니다.

우리 부부는 최근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국 연방대법관을 지낸 클레어런스 토머스가 생생하게 쓴 자서전 『내 할아버지의 아들(My Grandfather’s Son)』을 읽었습니다.

토머스는 흑인입니다. 제대로 된 학교를 다니지도 않았고 로펌에서 일한 적도 없습니다. 특정 이데올로기에 취한 적도 없습니다. 그는 관행과 통념 등을 깨면서 한평생 산 인물입니다. 당신이 진정한 비즈니스 리더라면 관행과 통념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조직 내 관료주의를 모두 없애 버릴 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친 듯이 도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성과는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용기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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