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 공식에 정답은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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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25면

2007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은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고 애써 외면해 보지만 나이 한 살을 더하는 것에 대한 불안은 어쩔 수 없다. 뽀송뽀송한 얼굴과 군살 없는 몸매로 유연한 춤과 함께 ‘텔미’를 부르는 10대 어린 친구들이 ‘국민가수’로 불리는 것은 젊음에 대한 영원한 동경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이 외면할 수 없는 유행의 흐름에 자신도 속한다는 안도감도 작용했으리라.

김해숙의 옷 이야기

이렇듯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해서 의식도 한 살 더하는 것은 아니요, 패션 스타일이 더불어 나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패션에 한해서는 오히려 젊음을 추구하게 된다. 우린 더 젊게, 센스 있게 옷을 입기 위해 가장 쉬운 공식인 ‘유행’을 따른다.

지금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또 많은 매체에서 필수 유행 아이템을 알려주기 때문에 유행을 좇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과연 유행을 좇는다고 해서 젊고 세련된 나의 스타일이 만들어질까?

2007년 컬렉션에 등장하고 매체들이, 패션리더들이 강력 추천한 인기 아이템 몇 가지를 예로 들어 보면, 최신 유행의 필수 아이템이라고는 했지만 정작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던 것들도 있다.

코쿤(타원형) 드레스가 대표적인 사례. 몸매를 감추지도 드러내지도 못한 어정쩡함으로 모든 여성의 기본적인 욕구인 섹시함과 반한 스타일을 만들었다. 레드카펫을 밟은 한국의 톱스타만 보더라도 그들 역시 여성의 몸매를 드러내는 섹시함을 선택했지, 유행한다는 코쿤 드레스는 뒷전이었다. 결국 코쿤 드레스는 그저 몸매를 감추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부츠와 구두의 중간 높이로 주목받았던 참신한 스타일의 부티도 패션 잡지들이 추천하는 2007년 핫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실제 부티가 어울리는 롱 다리라 하더라도 더욱 더 다리가 길어 보이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을 가진 동양인의 체형상 아쉬운 아이템이었다.

반대로 레깅스나 스키니 팬츠들은 올 한 해 유행의 중심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날씬해 보이고 섹시해 보인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다. 여기에 더해 코디하기도 좋으니 활용도도 높고, 센스와 섹시함을 두루 표현할 수 있는 굿 아이템이었다.

2008년에도 역시 유행 아이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살짝 몇 개만 공개해 보면 배기스타일과 스키니가 복합된 ‘배스키진’이 있고, 예술적 감각과 낭만이 돋보이는 수채화 무드의 프린트 티셔츠가 인기 아이템으로 점쳐져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1970년대의 캐주얼한 감성을 느끼게 하는 일대일 스트라이프 패턴을 이용한 다양한 티셔츠도 봄과 여름을 상쾌하게 수놓을 예정이다. 베스트(조끼)도 길이가 짧은 것부터 긴 것까지 벨트를 이용해 다양한 아우터의 느낌으로 연출될 예정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유행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많은 매체에서 알려주는 유행과 챙겨주는 핫 아이템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다. 2007년을 회상하면서 유행에 뒤처지지는 않지만 멋있게 나에게 어울렸던 스타일을 기억해 보라. 그리고 건강한 섹시함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로맨틱한 아름다움으로 새해의 내 모습을 꿈 꾸어 봄은 어떨까?


여성복 ‘아베부’의 대표이사인 김해숙씨는 ‘여성이 진정으로 원하는 옷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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